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반토막’…피크아웃 우려, 중국에 발목잡힌 조선株
매일경제-증권 · 2026-10-12 05:45
· #조선
아직 AI 요약이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포스팅 원고
없음
설상가상 中이 신규수주 76%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반토막
국내 조선사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는 실적과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기 시작하며 실적은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시장에서는 2~3년 뒤 국내 조선사의 수주와 이익이 동시에 둔화할 수 있다는 ‘피크아웃’ 가능성이 주가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를 기준으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주가는 고점(52주) 대비 각각 49.8%, 53.5%, 46.6% 하락했다. 반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달 30일 집계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HD현대중공업 1조123억원, 한화오션 5715억원, 삼성중공업 346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1.7%, 97.2%, 45.5% 늘어날 전망이다.
실적과 주가가 엇갈리는 것은 증시가 현재 이익보다 향후 수주 흐름을 바라보고 있어서다. 최근 발간된 클라크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최소 3년 치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박 건조 일정이 대부분 차 있어 새로 주문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건조 중인 고가 선박의 매출 반영이 끝난 뒤에는 이익 증가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최근 원화 강세, 후판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이 주가를 억누르고 있다.
중국의 빠른 추격도 부담이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7071만CGT(표준선 환산t수)로 전년 동기보다 57% 늘었다. 한국도 1093만CGT로 43% 증가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5%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수주량이 92% 급증한 5391만CGT에 달하면서 세계 물량의 76%를 차지했다. 한국의 수주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신규 발주 물량을 중국이 훨씬 많이 가져간 셈이다.
물론 신규 수주 증가세가 둔화한다고 곧바로 실적까지 피크아웃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9월 말 186.59로 2021년 9월보다 23% 높다. 한국 조선사들이 이미 확보한 일감도 3817만CGT에 달한다. 2021년 이후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들이 차례로 매출에 잡히면서 수주 증가세가 둔화하더라도 이익 개선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장기 실적 전망도 아직은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달 21일 집계한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2028년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조6658억원으로 지난해 5조9343억원보다 130.3% 많다. 선박 건조 일정이 이미 상당 부분 채워져 물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더라도 비싸게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 반영으로 이익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결국 투자심리 개선은 주력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과 8월 미국에서 총 1조5831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4월 50㎿(메가와트)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기본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또 한미 조선 협력(MASGA·마스가)이 빠르게 진척되면 미국 유지·보수·운영(MRO) 사업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