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터 무역대금까지…토큰화가 바꾸는 금융의 모습[엠블록레터]
매일경제-증권 · 2026-10-07 15:25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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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를 맞아 서울 곳곳에서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의 미래를 논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전통 금융기관과 블록체인 업계가 함께 금융의 변화를 짚은 자리였는데요. 자산을 토큰으로 발행하는 데서 더 나아가, 이를 어떻게 거래하고 결제하며 실제 금융 서비스로 연결할지가 주요 화두였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THE NEW FINANCIAL ERA: SEOUL’이 지난 9월 29일 열렸습니다. 인젝티브 재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LG CNS, 일본 SMBC닛코증권, 코인베이스, 비트고 등 국내외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는데요. 예금 토큰과 실물자산토큰화(RWA), 스테이블코인까지 서로 연결되는 금융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LG CNS 이정화 팀장은 ‘프로그래머블 이코노미’, 즉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거래와 결제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경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화폐와 자산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주식이나 펀드를 토큰으로 만들고, 이를 사고파는 돈도 예금 토큰이나 스테이블코인으로 연결해야 자산 이전과 대금 지급을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형태의 돈입니다. LG CNS는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에서 쌓은 경험과 디지털 통화를 외부 블록체인의 자산 결제에 연결한 실증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이러한 금융권 구축·운영 경험에 퍼블릭 블록체인 역량을 결합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존 은행 시스템과 블록체인을 연결해 실제 금융 서비스로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셈이죠.
특히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원래 자산의 환매 절차가 은행 영업시간에 묶여 있다면 그 제약은 여전히 남는데요. 주말이나 야간에도 돈을 받으려면 자산을 먼저 받아주고 스테이블코인을 지급하는 등 별도의 교환 서비스와 자금이 필요합니다. 24시간 금융을 구현하려면 토큰 발행뿐 아니라 그 뒤에서 거래를 뒷받침하는 구조까지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릭 첸 인젝티브 공동창업자 겸 CEO의 발표에서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산과 기관용 펀드, 음악 저작권 수익을 받을 권리 등 다양한 자산을 다뤘는데요. 토큰화의 대상이 투자 상품을 넘어 기업의 일상적인 금융 업무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 CNS의 무역 매출채권 토큰화 실증입니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상품을 판매한 뒤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을 받을 권리인데요. 실제 무역 거래에서 발생한 이 권리를 인젝티브 기반으로 발행·이전·정산하는 구조를 검증했습니다. 기업이 받을 돈을 디지털 자산으로 관리하면서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는지 살펴본 것입니다.
기관이 활용하기 위한 도구도 소개됐습니다. 복잡한 코딩 없이 투자자 자격이나 자산 이전 조건을 설정해 토큰을 발행하는 ‘인젝티브 민트(Injective Mint)’, 금융 거래의 정보 노출을 줄이기 위한 ‘사이퍼OS(CypherOS)’ 등이 언급됐는데요. 처리 속도뿐 아니라 누가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지, 거래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도 금융기관에는 중요한 조건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토큰화와 자본시장을 다룬 패널에서는 발행 이후의 활용이 주요 논점이었습니다. 앤드루 강 인젝티브 한국 총괄은 기존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이 토큰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잘 팔리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요.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 자체가 투자 수요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현실적인 지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요? 패널에서는 토큰화한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거나, 다른 금융 상품과 연결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지갑에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유한 자산으로 추가적인 금융 활동을 할 수 있어야 자금이 들어올 이유도 생긴다는 것이죠.
투자자의 권리도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주식을 토큰으로 만들었다면 보유자에게 어떤 법적 권리가 있는지, 배당이나 주식 분할 같은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토큰화의 가치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투자자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 와닿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과 규제, 자산 보관을 다룬 패널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 토큰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최고혁신책임자인 수나이나 투테자(Sunayna Tuteja)는 어느 한쪽을 미리 정답으로 정하기보다, 이용자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상황에 따라 두 수단이 함께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가 든 비유는 디지털 탑승권이었습니다. 승객이 새로운 인증 수단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휴대전화로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인데요. 금융 이용자 역시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 토큰’ 자체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며 간편한 송금과 결제를 원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자산 보관을 맡는 비트고와 미국 블록체인협회 측은 안전한 보관 인프라와 실제 위험에 맞춘 규제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금융 서비스로 쓰이려면 자산을 누가 통제하고, 어떤 절차로 보호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갖춰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토큰을 발행한 이후의 과정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 대금을 주고받는 결제 수단, 투자자의 권리와 정보 보호가 함께 갖춰져야 토큰화가 금융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요. 앞으로는 어떤 자산이 토큰이 됐는지와 함께, 그 자산으로 어떤 거래가 가능해졌는지를 살펴보면 변화가 더 선명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