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구단도 자본시장서 돈 빌린다…농심 레드포스, 첫 신용등급 부여
매일경제-증권 · 2026-10-07 11:20
·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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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리그 수입 시차 해소
5년 누적 영업손실 94억
모회사 농심 지원이 버팀목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임단 ‘농심 레드포스’를 운영하는 농심이스포츠가 자본시장 차입에 나선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로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받았다. 국내 e스포츠 구단이 신용등급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9일 농심이스포츠의 CP와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처음 평가했다. 전자단기사채 발행 한도는 50억원이다.
이번 등급은 모회사 농심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자체 신용도보다 한 단계 높게 매겨졌다. 농심은 지분 9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매년 15억원 안팎의 후원금과 성적 인센티브를 준다. 2022년과 2024년에는 선수단 보강을 위해 유상증자로 각각 25억원, 40억원을 넣었다.
한기평은 그룹 내 비중은 미미하지만 ‘농심’ 브랜드를 함께 쓰고 해외 마케팅 창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근거로는 “계열 차원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글로벌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전략적 중요도”를 들었다. 모회사 지원 덕분에 올해 6월 말 부채비율은 13.1%, 차입금의존도는 9.6%에 그친다.
자금 조달 배경은 수입과 지출의 시차다. e스포츠 선수 연봉은 리그 개막 전에 정해지고 시즌 중에 지급된다. 리그 분배금과 상금, 모회사 성적 인센티브는 다음해 초에 몰려있다. 2024년까지는 이 공백을 모회사 유상증자로 메웠고, 지난해부터는 은행 차입에 기대기 시작했다.
단기 상환 부담은 큰 편이다. 지난 8월 말 총차입금 15억원 중 97.7%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이다. 대부분 은행 운영자금 대출이다. 이 중 8억7000만원은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무형자산 위주라 담보로 내놓을 자산도 마땅치 않다. 회사는 대출 만기 연장과 모회사 후원금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한기평은 “원활한 차환을 통한 유동성 대응능력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필요”라고 짚었다.
구단 설립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4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9억원이었다. 선수 영입을 늘린 2022년 37억원보다는 적자 폭이 줄었다. 2021~2025년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94억원에 달한다. 순이익을 낸 해는 2024년 한 번뿐이다. 국내 LoL 프로리그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가입비 관련 채무면제이익 37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적자의 주원인은 인건비다. 2023~2025년 매출 대비 선수단 인건비 비중은 평균 59%였다. 직원 인건비도 25%를 차지했다. 비용은 리그 개막 전에 고정된다. 리그 수익과 상금은 성적에 따라 오르내린다.
외형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8억원으로 전년보다 96.5% 늘었다. 2024년 11월 인수한 발로란트 구단이 국제 리그 ‘VCT 퍼시픽’에 참가하면서 리그 수익이 불었다. 발로란트는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1인칭 슈팅(FPS) 게임이다.
LoL 리그를 운영하는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구단에 나눠주는 리그 수익을 늘린 것도 보탬이 됐다. 2024년 리그 참가비 일부 보전에 이어 2025년에는 성적과 무관한 고정 분배금을 도입했다. 지난해 리그 수익은 40억원으로 매출의 절반을 넘었다. 2023년 70%에 달했던 모회사 후원금 비중은 27%로 낮아졌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6% 증가했다. 발로란트 구단이 마스터스 산티아고에서 우승하며 상금과 리그 수익이 늘었다. 한기평은 외형 확대로 고정비 부담이 줄어 올해 연간 영업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기평은 “중단기간 유의미한 이익창출력 개선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PC방 위탁운영, 아카데미 등 자체 사업이 아직 수익원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이유다.
e스포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걸림돌이다. 야구·축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보다 관중을 모으는 힘과 광고 수주력이 약하다. 리그 운영권과 수익 배분권은 라이엇게임즈, 크래프톤 같은 게임사가 쥐고 있다. 구단 실적이 게임사 정책에 좌우되는 구조다.
한기평은 “국내 이스포츠 구단 대부분은 자체 수입만으로는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모회사로부터의 후원금 및 자본 투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수준이다”라고 평가했다.
농심이스포츠는 2019년 설립됐다. 이듬해 농심이 LoL 구단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해 LCK 참가권을 얻으며 지금의 ‘농심 레드포스’가 됐다. 현재 발로란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FC온라인 등 여러 종목 팀을 운영한다. PC방 브랜드 ‘레드포스 PC 아레나’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