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로나 때 빌린 돈, 이제 갚으라네요”…부실대출 17.7조 눈덩이
매일경제-경제 · 2026-10-06 17:4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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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행 부실채권 도드라져
장기 금융지원 속 부실 누적
구조조정·자원재배치 한계
기업 역량 제고에 무게 실은
日·싱가포르와 차이 보여
한은 “중소기업 지원 일부
한계기업 연명 활용되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 은행에서 부실대출이 줄어드는 동안 국내 은행권에서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3개국이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은 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데 상대적으로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생산적 금융도 단순한 여신 지원을 넘어 기업의 경영 개선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 금융감독원, 일본 금융청(FSA),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의 은행 여신 통계와 DBS·OCBC·UOB 등 싱가포르 주요 3개 은행그룹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지난 3월 부실채권은 17조7000억원으로 2023년 3월(10조4000억원)과 비교해 70%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는 2% 감소했고, 일본(2022년과 2025년 9월 비교)은 9% 넘게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부실채권이 50% 안팎으로 늘었지만 증가율은 한국에 미치지 않았다.
한국의 부실채권이 급증한 데에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부실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은행권은 2020년 코로나 발발 이후 기업 여신을 확대하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 긴급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상환 기일이 도래하면서 은행권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여신의 부실화가 두드러진다. 지난 2분기 신규 부실채권 7조2000억원 가운데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규모가 4조5000억원으로 대기업(1조2000억원)의 네 배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시기에 무이자·무담보 대출인 ‘제로제로 융자’를 실시했으나 종료 이후 후속 대책에서 한국과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2024년 4월 제로제로 융자의 상환 개시가 집중되는 데 대비해 지원을 6월 말까지 연장하되 7월부터는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면서 경영 개선과 사업 재생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금융기관에도 사업자의 현재 상황뿐 아니라 변화의 징후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경영 개선과 사업 재생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싱가포르 역시 코로나 시기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정책을 병행했다. 2021년부터 3년간 240억싱가포르달러를 투입해 기업의 역량 강화와 신기술 활용, 근로자 재교육 등을 지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회생 가능한 기업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 구조 재편과 근로자 재교육을 통해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은행이 차주의 정상적인 소득원에 기반한 상환 능력을 토대로 여신 건전성을 분류하도록 해 부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도록 했다.
한국 역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현행 구조조정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금융 지원이 부실기업 연명에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 지원금 가운데 한계기업이 받은 비중은 2018년 4.2%에서 2023년 7.1%로 올랐고, 영업손실 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도 14.9%에서 19.3%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이를 두고 정책 지원의 일부가 생산성 제고나 구조조정보다 한계기업 연명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정비해 회생·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고, 지원 여부를 생산성 개선과 장기 수익성 창출 능력 등에 연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물론 한국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는 주의 깊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역시 기업에 대한 여신 공급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