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가총액 상폐룰 제동’…“시총 회복 거래일 조건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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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기회 없이 기준 강화”
법원이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미달 상장폐지 규정에 제동을 걸었다. 주요 쟁점은 한국거래소가 올해 도입한 ‘45거래일 연속 회복’ 요건이다. 명목상 90거래일의 회복기간을 주지만 사실상 46번째 거래일부터 기준 시총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야 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다.
4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권성수)는 코스피 상장사 주연테크와 코스닥 상장사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인용했다. 이에 두 회사는 본안판결이 확정 되기 전까지 상장폐지와 정리매매 절차가 중단된다.
재판부는 시총 기준을 높인 것 자체보다 이를 적용하는 방식과 절차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시총 미달 기업에 이의신청이나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데다 당초 예고했던 기준 강화 시점을 앞당겼다”며 “45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회복하도록 한 규정이 기업의 회복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45거래일이라는 기간의 타당성을 뒷받침할 실증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현행 규정상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90거래일 안에 코스피는 300억원, 코스닥은 2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45거래일 연속 유지해야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46번째 거래일 이후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면 남은 기간만으로 45일을 다시 채울 수 없어 사실상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렵다. 앞서 기준을 충족한 기간도 하루만 미달하면 연속 일수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된다.
이에 시총 기준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 할지라도 연속 일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리매매에 들어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세진티에스는 지난 7~8월 두 차례에 걸쳐 26억원대 자사주를 매입해 9월 9일 기준 시총 200억원을 17거래일 연속 넘겼지만, 16일 다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 충족일수가 초기화됐고 같은달 23일 상장폐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혁신하고, 일시적인 주가 부양으로 퇴출을 피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시총 기준 회복요건을 강화한 것도 우회 방지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국내 규정과 달리 해외 주요 거래소는 상장요건 미달 기업에 별도의 개선기간을 둔다. 나스닥은 일부 계속상장 요건을 30거래일 연속 충족하지 못하면 결격 사실을 통보한 뒤 통상 180일의 개선기간을 주고, 이 기간 중 일정 기간 연속으로 기준을 회복하면 요건을 다시 충족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번 법원 결정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시총 기준 자체뿐 아니라 회복기간과 연속 충족 요건, 기업의 소명 절차까지 함께 손질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하루만 기준선 아래로 떨어져도 다시 45거래일을 채워야 하는 현행 방식이 실제 회복 가능성을 충분히 보장하는지가 향후 제도 개편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