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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송금 돕던 AI가 '해커'로 … "내 통장 털릴라" 소비자 불안

매일경제-경제 · 2026-10-02 17:3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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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수단 그쳤던 AI의 진화 공격방식 학습하고 실행까지 AI, 기존 유출된 개인정보로 다른 서비스까지 무작위 공격 금융권 동시다발 공격도 가능 "신한銀 공격, 중국어 AI 흔적" 금융당국, 보안점검 즉시 착수 지난 1일 신한은행에 이어 하루 만인 2일 KB국민은행에서도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확인되면서 금융권에 AI 해킹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을 공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에서 AI 기반 자율 침투 도구의 흔적까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의 잇단 사고가 AI를 활용한 사이버 위협이 본격화되는 신호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스스로 공격 나선 AI 지금까지 AI가 해커의 코드 작성이나 취약점 탐색을 돕는 보조수단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스스로 시스템을 탐색하고 공격 방식을 바꿔가며 침투하는 '자율형 공격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가 AI 개발과 성능 개선까지 자동화하는 '재귀적 자기개선' 단계에 들어서면 공격기술의 진화 속도가 인간 중심의 방어체계를 앞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은 과거부터 해커들의 주요 공격 대상으로 꼽혀왔다. 은행과 카드사는 계좌와 거래내역뿐 아니라 소득·신용·자산 등 민감한 개인정보와 금전 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함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보고된 전 세계 사이버 사고 가운데 5분의 1이 금융 부문에서 발생했으며, 2004년 이후 금융사가 입은 직접 손실은 120억달러에 달한다. AI가 해킹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금융권 피해 규모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따르면 최초 침입 이후 다른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29분이며, 가장 짧은 사례는 27초에 불과했다. 최근 금융권이 주목하는 AI의 공격 방식은 '크리덴셜 스터핑'이다. 다른 사이트에서 이미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여러 서비스에 무작위로 대입해 로그인되는 계정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이 여러 사이트에서 동일한 계정 정보를 반복 사용하는 관행을 노린다. 과거에는 공격자가 일정한 순서에 따라 반복 입력해야 했다면, AI를 활용할 경우 여러 서비스에 대한 탐색과 시도를 자동화하고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적인 화이트해커 출신인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는 "과거에는 해커들이 순차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여러 곳에 연달아, 또는 동시다발로 접근할 수 있다"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사례 역시 이런 자동화 공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도 "AI를 활용하면 유출된 계정 정보를 여러 사이트에 자동으로 대입하고 취약점을 탐색할 수 있다"며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사고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나왔다. 문종현 지니언스 시큐리티센터장은 이번 공격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웹서버에서 중국어로 'AI 자율 침투 테스트 콘솔'을 뜻하는 문자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문구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멀티에이전트 구조를 활용해 정보 수집부터 취약점 탐색, 공격 경로 설계까지 자동화하는 오픈소스 'ARTEX AI'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금융당국이나 신한은행이 ARTEX AI가 실제 공격에 활용됐는지를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생활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 같은 위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메타가 최근 미국에서 선보인 개인 AI 에이전트 '뮤즈(Muse)'는 은행 계좌를 연결해 소비내역을 분석하고 예산을 짜는 것은 물론, 이메일을 확인해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찾아 해지하는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 이메일·일정·금융계좌 등 여러 서비스에 접근해 이용자를 대신해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구조다. 편의성이 높아지는 만큼 AI 에이전트가 다루는 정보와 권한이 확대돼 보안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 규모 역시 커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AI가 단순 상담을 넘어 금융거래에 직접 관여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AI가 고객의 요청을 이해한 뒤 잔액과 환율·수수료 등을 확인하고, 본인인증을 거쳐 송금까지 연결하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 AI가 금융생활의 번거로움을 줄이는 동시에 계좌 정보와 거래 권한을 다루게 되면서 편의성과 보안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 ◆ 국내 금융사 방어체계 재편 국내 금융사들은 AI를 활용해 방어체계도 재편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AI 기반 침투 테스트 플랫폼 '진트'를 도입해 24시간 자율 모의해킹을 실시하는 등 금융권 전반에서 'AI 기반 보안 점검체계'가 확산하는 추세다. 다만 첨단 기술 도입에 앞서 기본적인 보안 원칙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신한은행 사고는 민감한 정보 조회 단계에서 공동인증서나 OTP 등 별도의 추가 인증수단을 요구하는 다중요소인증(MFA) 체계가 적용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감한 고객정보를 다루는 금융 시스템임에도 기본적인 추가 인증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안관리가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안 투자를 비용으로만 바라보는 관행도 도마에 오른다. 지난해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의 2025년 정보보호 예산은 96억5600만원으로 전체 정보기술(IT) 예산의 9.0%였다. 2020년 14.2%에서 5년 만에 5.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개별 금융사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기반 공격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금융사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어 특정 회사의 방어만 강화해서는 금융 시스템 전체의 취약점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 금융사 공동 방어망 만들어야 해외에서는 금융사, 규제 기관, 보안 업계가 공격정보와 대응 기법을 공유하는 공동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보안원을 중심으로 AI 레드팀과 공동 점검 체계가 마련되고 있지만, 공격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인력과 예산, 정보 공유 범위를 한층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보안 강화를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는 AI 보안 테스트와 패치 과정에서 발생한 전산 장애에 대해 면책하기로 의결하고, 보안 목적의 AI 활용에 한해 '망분리'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다. 망분리 규제는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분리하는 네트워크 보안 정책으로, 금융사가 외부 클라우드나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주요 금융회사들과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외부 노출 전산시스템과 인증·접근 통제 전반에 대한 보안점검에 즉시 착수하기로 했다. 공격 IP와 수법 등 위협 정보를 금융권과 관계기관이 신속히 공유하고, 침해사고 원인 분석을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박창영 기자 / 박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