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둘러싼 메모리 업황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4분기 범용 메모리 가격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내년부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까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양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종료 수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주가를 떠받쳐온 수급 방어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장기 펀더멘털 개선 기대와 단기 수급 공백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2일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6년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트렌드포스 전망을 인용해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0~15%, 낸드 가격은 15~20% 추가 상승하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버 D램과 엔터프라이즈 SSD를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추론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SSD 비트 수요 역시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마이크론이 2027년 HBM 공급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HBM은 통상 1년 단위 장기 고정가격 계약이 체결돼 그동안 범용 D램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지만 2027년 계약부터는 높아진 메모리 가격과 타이트한 수급이 HBM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2025년 HBM, 2026년 범용 메모리가 성장을 주도했다면 2027년에는 HBM과 범용 메모리의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전개되는 전방위적인 성장 국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027~2028년 메모리 수급도 올해보다 한층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프론티어 AI 모델의 고성능화와 고효율 AI 모델의 대중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체 AI 연산량과 토큰 소비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AI 서비스 이용 확대와 추론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과 2028년 메모리 수급이 올해보다 한층 더 타이트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클린룸과 팹 증설에 통상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데다 HBM 중심의 생산능력 확대까지 병행되면서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2027년 메모리 시장이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강한 상승 사이클의 가속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최선호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시했다.
다만 단기적인 주가 흐름에서는 수급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사가 진행해온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4일부터 11월 21일까지 5328만5968주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매입 속도가 당초 계획보다 빨라지면서 자사주 예고 매입 물량을 사실상 조기에 소화했다.
지난 8월 이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누적 매입률은 100.96%로, 물량 기준으로는 당초 계획을 넘어섰다. 이 기간 자사주 매입 금액은 14조1565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매입 누적액이 15조원에 이를 때까지 추가 매입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대략 300만주 안팎의 추가 매입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도 자사주 매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20일부터 신고 물량 2407만주 가운데 1835만주를 매입했다. 매입률은 76.24%, 누적 매입액은 32조514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매입량이 약 60만~65만주인 점을 고려하면 남은 572만주는 약 8~9거래일 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 당초 자사주 매입 종료 예정일은 11월 19일이지만 현재 속도라면 일정이 한 달가량 앞당겨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외국인 수급이 주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지수 방어의 중요한 축인 자사주 매입은 종료가 예정된 이벤트"라며 "반등이 추세로 이어지려면 실적 확인 후에도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며 자사주 매입 이후의 수급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 확인을 계기로 외국인의 매도가 줄거나 순매수로 전환되는지가 반등의 지속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3분기 실적 개선과 추가 주주환원 가능성이 수급 공백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수급 공백이 발생하며 하단이 약해질 수 있겠으나, 3분기 실적이라는 펀더멘털 이슈가 하단을 지지해 줄 것"이라며 "반도체주의 추가 주주환원 발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사주 매입 빈자리는 일시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주가는 중장기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와 단기 수급 변화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HBM 수요 확대라는 펀더멘털이 견조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 종료 이후 외국인 수급이 빈자리를 얼마나 메울지가 단기적인 주가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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