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이 개미 살리러 온다”…300조 실적으로 박스권 뚫나
매일경제-증권 · 2026-10-02 05:55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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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투자심리에 온기 보탤줄지 주목
주주환원·美선거·앤트로픽IPO 등 변수
증권가 “삼성, 3년간 주주환원 600조원”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실적 시즌 스타트를 순조롭게 끊은 가운데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바통을 이어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7~9월)에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두 달째 횡보하고 있다. 고금리 경계감과 실적 기대감이 팽팽히 맞서는 와중에 짙은 관망세를 뚫고 수급에서 반전이 나타날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2.61% 오른 27만5500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25만~27만원 사이에서 이어오던 박스권 흐름을 벗어날 조짐을 보였다. SK하이닉스도 이날 3.1% 상승한 18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9월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한 달 새 5.96%, SK하이닉스는 9.38%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202조3855억원, 영업이익은 108조6786억원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매출 98조2718억원, 영업이익 77조2214억원이 예상된다. 업계에서 추정한 두 업체의 분기 매출을 합하면 무려 300조원이며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배에 육박하는 186조원인 것이다.
실적을 밀어 올린 것은 역시 메모리 가격이다. 여기에 파운드리 적자 축소가 더해지며 반도체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구도다. 내년에도 메모리 업사이클이 지속되는 데 힘입어 막대한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호실적이 한 분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공급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확대가 범용 D램 공급까지 옥죄고 있어서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0%에서 내년 80%로 두 배나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HBM은 일반 D램 대비 웨이퍼 소모량이 3배 이상 크다”며 “HBM 생산 확대가 일반 D램 공급 능력을 상당 부분 잠식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반도체 투자심리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9월 들어 장기 금리 급등에 따른 경계감이 짙어지며 수급이 눈에 띄게 악화됐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 장중 5.293%까지 치솟아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에만 80bp(1bp=0.01%포인트) 넘게 뛴 수준이다. 아울러 3분기 원화 강세까지 반영해 반도체 실적 추정치가 소폭 하향되면서 아직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9월 들어 매도 우위로 전환한 개인투자자는 이날까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10조6633억원, 9조177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11조3741억원, 4조6223억원씩 팔아치웠다. 이달 중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기 수급 공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리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AI 인프라 투자 수요와 공급 부족에 힘입어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재확인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과 보안 이슈가 부각됐지만 실제 AI 개발 속도 조절이나 설비투자 둔화 흐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고수익성 장기화 구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대급 실적에 따른 주주환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최근 3개년(2024~2026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 70조원 규모 현금배당과 40조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3개년 신규 주주환원 정책에서도 기존과 동일하게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환원한다고 가정하면 최근 3개년 140조원에서 차기 3개년 600조원으로 4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4분기 반도체주 투자심리 회복을 이끌 모멘텀으로는 11월 초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와 앤트로픽 기업공개(IPO)가 꼽힌다. 중간선거를 마치면 중동 전쟁을 포함해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다. 또 앤트로픽 IPO를 기점으로 AI 생태계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되면 반도체 대형주로 외국인 수급을 되돌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설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이나 사업 환경을 고려해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솔리다임과 관련한 자본 활용 방안은 회사 전체의 투자계획·재무상황·자본배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펴볼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부 자본을 활용할 때는 기존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져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데도 외부 조달 가능성을 열어둔 배경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자금이 있다는 사실이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집행하는 게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장기적 주주가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