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막히면 불법사채로”…정부 저신용자 돈줄 막히자 꺼낸 ‘일본식 해법’
매일경제-경제 · 2026-10-01 16:4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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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부업체가 은행 등의 대출 심사와 보증에 참여하는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 도입을 검토하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금감원장은 “저신용자 대출에 대부업권이 심사와 보증을 제공하는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저신용자 신용공급 확대를 위한 지원책으로 규제 샌드박스 시범 운영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강준현·박상혁·손명수·이강일·김용만·한민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대부금융협회가 후원했다.
금감원이 검토하는 일본식 보증사업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중·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줄 때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와 보증을 맡는 방식이다. 대부업체는 보증 수수료를 받고,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선 대부업체가 손실을 부담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부업체가 쌓아온 중·저신용자 신용평가 경험을 활용해 대출을 늘릴 수 있다. 대부업체 역시 직접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증 수수료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대부업체의 보증 업무가 제한돼 있다. 금융당국은 참여를 원하는 대부업체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먼저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방안이 나온 것은 정작 돈이 급한 저신용자에게 대부업체의 신용대출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권 대출 잔액은 13조1402억원이다. 이 중 신용대출은 5조3930억원으로 전체의 41.0%에 그쳤다. 담보대출은 7조7472억원으로 59.0%를 차지했다.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중·고신용자와 계열사에 대한 대출이 늘면서 저신용자에게 돌아가는 신용대출은 위축되고 있다.
송경용 금감원 서민금융보호국장은 “최근 대부업권의 대출이 저신용자보다 중·고신용층으로 옮겨가고 있고, 특히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에 치중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저신용층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들은 주로 제2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높은 비용을 들여 돈을 빌려온 뒤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 안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연체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기보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이나 담보가 있는 대출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신용자 입장에서는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문턱마저 높아지는 셈이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온라인에서 불법사금융으로 빠지는 길목을 차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송 국장은 대부금융협회 등이 ‘공동 대부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터넷에서 급전을 찾는 소비자가 미등록 업체의 광고를 보고 불법사금융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대부업 관련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법과 보험업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시장 진입과 건전성, 영업행위, 내부통제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나누고 있는 것과 달리 대부업법은 관련 규정이 나열돼 있다며 법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사금융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우량 대부업체에 별도의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권덕주 골든캐피탈대부 대표는 “대부금융시장을 위축하는 정책은 되레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반사이익을 주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 규제를 완화하고 우수 업체에 정책금융과 신용보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부금융협회의 도움을 받아 불법사금융 피해에서 벗어난 피해자 2명이 직접 경험을 전했다.
정성웅 대부금융협회장은 불법사채업자의 횡포가 대부금융업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비치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등록 대부업체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회가 직접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 위반 사례를 확인해 초과로 받은 이자를 모두 돌려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업계의 자정 능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