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40% 넘게 빠졌다…SK하이닉스 주가, 맥 못추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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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하반기 실적 기대치 밑돌 것”
SK하이닉스 주가가 전날 5% 급락하는 등 맥을 못추고 있다. 약 3개월 전 장중 최고가(298만7000원) 대비 40% 넘게 주가가 빠진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수요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업황이 부정적인데다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소식으로 ‘중복상장’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23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만6000원(0.90%) 내린 175만20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 175만원까지 밀리는 등 이날도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지난 6월25일에는 장중 298만7000원까지 올라 300만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점을 찍고 약세를 기록하며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날 종가(176만1000원)는 최고가 대비 41% 감소한 수준이다.
전날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회사 중복 상장에 따라 SK하이닉스 기존 주주의 경제적 지분이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지난주 투자은행(IB)을 상대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 절차인 ‘베이크 오프’(bake-off)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 달러(약 204조원)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150억 달러를 조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솔리다임이 1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미국 증시에 입성한 반도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솔리다임은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기업용 SSD(eSSD)를 주로 생산하는데, AI 붐에 힘입어 고속 성장 중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초 미국에 설립한 투자 자회사 ‘AI 컴퍼니’의 자회사다. SK그룹 반도체 사업의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 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는 이미 국내 상장되어 있고, SK하이닉스는 미국에도 상장된 상태다.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5중 상장’이 되는 셈이기에 중복상장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중복상장 포비아’가 존재한다. 과거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렇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2차 전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상장했는데, 당시 2차 전지 사업의 미래를 보고 LG화학에 투자를 했던 기존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LG화학의 주가는 약세를 보이며 추락해 20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최고점인 105만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시가총액 순위도 코스피 3위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다만 솔리다임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인텔로부터 인수한 회사이기 때문에 물적분할은 아니다. 또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램 사업으로 솔리다임의 낸드플래시 사업이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소식 관련해 “과도한 우려는 기우”라고 진단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솔리다임 IPO 추진 결정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은 단기적으로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실보다 득이 큰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의 이유로 류 연구원은 “해외 투자가 현실화되더라도 실질 생산 기여 시점은 2028년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건설 경기와 공장 구축의 세부 단계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해외 투자 결정이 관세 리스크를 축소시킬 수 있는 변화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불확실성 해소는 업사이클(상승기)의 중반부에서 반도체 주식에 대한 좋은 투자 포인트가 되어왔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에 대해 메모리 가격 둔화와 원화 강세로 하반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비용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정보기술(IT) 제품에 이어 서버에서도 수요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또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시장에서 폐쇄형 모델의 점유율 급락,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인하 조치로 6월 이후 토큰 단위당 지불가격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는 매출 성장 둔화로 이어져 반도체 구매 여력을 낮추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고 수요탄력이 떨어지는 반면, 생산업체들은 장기 수요를 낙관하며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메모리 수급 방향성이 안좋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DS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310만원에서 26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로의 제품 전환 과정에서 출하 믹스 및 매출 인식 시점 변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