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최근 정부가 해외 여행용 eSIM(기기 내장형 유심) 유통 실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과 함께 일각에서 "저가 해외 eSIM 이용 시 개인정보가 중국 본토로 유출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소비자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 기술 전문가들과 eSIM 업계는 "eSIM의 구동 원리와 글로벌 로밍 표준 아키텍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명백한 기술적 왜곡"이라고 일축했다.
◇ "유출될 개인정보 자체가 없다"… 선불 eSIM의 철저한 비식별성
국내 이동통신사 망을 통한 통신 서비스나 정규 로밍 상품은 가입 시 이름,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핵심 식별정보(PII) 등록이 필수적이다. 반면 해외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선불 데이터 eSIM은 QR코드 스캔을 통한 단순 회선 다운로드 방식으로 구동된다.
eSIM 이용을 위해 별도의 개인정보 등록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구매 과정에서 입력하는 이메일 정보는 상품 전송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통신망에는 등록되지 않는다. 유출될 개인정보 자체가 통신망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 칩셋 레벨 보안 격리와 종단간 암호화… 내부 침투 불가
eSIM 프로파일은 스마트폰 내부의 독립된 보안 하드웨어 칩인 'eUICC' 내에 암호화돼 설치된다. 이는 단말기 운영체제(OS)의 사진 앨범, 연락처, 금융 앱 저장 공간과 물리적으로 엄격히 격리돼 있다. eSIM 프로파일이 단말기 저장소 내부를 임의로 탐색하거나 정보를 탈취하는 것은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국제 표준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송수신하는 모바일 데이터는 HTTPS 및 최신 TLS 암호화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통신한다. 즉, 패킷이 어떤 해외 통신사의 코어망이나 게이트웨이를 경유하더라도 송수신 내용(페이로드)은 단말기와 접속 대상 서버 간에만 암호화돼 처리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간 네트워크 사업자가 이용자의 메신저 대화나 금융 결제 정보를 열람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패킷 라우팅 구조는 전 세계 통신사 공통"… 대륙별 게이트웨이 통한 최적 경로 분산
일각에서 제기하는 '특정 국가 경유에 따른 품질 저하' 주장 역시 국제 이동통신 표준 규격을 오해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3GPP 및 GSMA 국제 표준에 따른 데이터 로밍은 방문지 기지국에서 출발한 패킷이 통신망의 코어 거점(PGW/UPF)을 경유해 인터넷으로 나가는 메커니즘을 따른다. 이 같은 기본적인 패킷 라우팅 구조와 이에 따른 물리적 지연(Latency) 특성은 국내 통신 3사를 포함해 전 세계 모든 이동통신사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특정 사업자의 eSIM만 기형적인 경로를 타거나 차별적인 지연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글로벌 로밍 트래픽은 전 세계 주요 대륙별로 구축된 로밍 게이트웨이(PoP)를 통해 효율적으로 분산 처리된다. 이용자의 방문국에 따라 가장 인접한 거점과 최적의 백본 경로를 통해 데이터가 연결되므로, 특정 국가로 트래픽이 몰려 지연이 가중된다는 주장은 네트워크 인프라 현실과 맞지 않는다.
여행용 eSIM 상품은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안정적인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홍콩, 싱가포르, 유럽 등 글로벌 캐리어의 도매 자원을 정당하게 조달해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한 통신 보안 전문가는 "단순히 회선의 원천 자원이나 게이트웨이 경유지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소비자의 알뜰한 선택권을 저해하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억지 주장"이라며 "여행용 eSIM은 비식별 선불 데이터와 표준 암호화 기술이 결합돼 오히려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가장 낮은 통신 수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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