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공격적 확대한 은행, 부실빚 반년새 2조 불었다 [기자24시]
매일경제-경제 · 2026-09-21 15:0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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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은 국내 은행의 시대적 사명이 됐다. 정부가 기존에 은행이 해오던 가계·부동산대출 위주의 금융을 비생산적이라고 규정하면서다. 그 대신 실물경제에 직접 이바지할 수 있는 기업대출을 적극 취급하라고 주문했다. 유망 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융통하게 되면서 경제 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은 정부 요구에 부응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은 생산적 금융에 2030년까지 수백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경쟁은 과열 양상이다. 서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겠다며 기업을 유인한다. 각국 기업이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도 대출을 넉넉히 활용할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다.
생산적 금융과 함께 증가한 게 있다.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부실채권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작년 말 16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18조9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불어났다. 증가분 중 87%인 2조원이 기업대출에서 나왔다. 기업여신에서 부실채권 비율은 0.77%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빚에 짓눌린 기업도 많아졌다. 4대 은행의 기업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징후(C·D등급) 기업으로 분류된 곳은 올해 상반기 67곳에 달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1년 새 56% 급증한 것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난 부실채권도 생산적 금융이라고 수식할 수 있을까. 생산적 금융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자체로 생산적이지는 않다. 부실대출이 계속 늘어나면 은행은 결국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고, 그 영향은 자금이 시급한 기업에 미치게 된다. 생산적 금융을 밀어붙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대출의 양적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은행이 생산적 금융이라는 고귀한 사명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의 핵심은 차주의 상환 능력에 비례해 돈을 빌려주는 데 있다. 생산적이면서도 건전한 금융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