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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까지 돈 빌린다”…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는 기업들[기업개선 2.0]①

아시아경제-증권 · 2026-09-21 08:1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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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까지 돈 빌린다”…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는 기업들[기업개선 2.0]① 부실징후기업 중 1년내 구조조정 19.6% 사업 매각·자산 정리 시기 놓치면 선택지 줄어 "체력 남아있을 때 움직여야" ① “죽기 직전까지 돈 빌린다”…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치는 기업들 ①[인터뷰]“현금 떨어진 뒤엔 늦다…구조조정, 실패 아닌 경영수단” ② “돈 더 빌려준다고 살아나나”…구조조정 핵심은 ‘빚’ 아니라 ‘기업 경쟁력’ ②[인터뷰]“가장 중요한 건 원인분석, 다음은 선택과 집중” ③ 정부가 판 깔아라…기업·금융이 움직이는 ‘선제적 구조조정’ 생태계 "기업은 자발적으로 먼저 구조조정 안 해요. 채권 만기가 와서 못 갚고 부도 올 때까지 버텨요." "결국 응급실 갈 걸, 영안실 가는 겁니다." 한국 기업 구조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부실기업이 많다거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아니다. 부실 징후를 진작 확인하고도 자금이 바닥날 때까지 버티고 버티다 결국 수술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문 닫는 기업이 많다는 데 있다. 체력이 남아있을 때라면 사업 매각이나 비핵심 자산 정리, 투자 축소 등 위기를 돌파해나갈 여지가 있지만, 유동성이 고갈된 뒤에는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부실기업 상당수는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고서야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신용위험평가에서 세부평가 대상 기업 4028개사 중 C·D등급인 부실징후기업은 230개사로 확인된다. 이들 기업 중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1년 이내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은 45개사, 19.6%에 불과했다. 2020년 43.9%와 비교해서도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박치홍 삼일PwC 기업구조조정센터장은 "대부분의 회사가 보유한 자원, 유동성이 고갈되고 나서야 사후적 구조조정에 직면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치는 기업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부실징후기업을 분석한 결과 C등급 판정 약 4년 전부터 차입금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졌고, 동시에 매출과 영업이익도 악화됐다. 부실이 현실화하기 수년 전부터 이미 경고등이 켜지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C등급 판정 이후에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이 시기에 구조개편에 나서기보다 추가 차입이나 만기 연장 등을 통해 시간을 벌었다. 구조조정을 미루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구조조정을 실패 인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뿐 아니라 경영권 및 기업 평판에 대한 우려, 임직원과 노조의 반발 가능성, 채권자와 거래처에 미칠 영향 등이 작용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부실징후를 판단해 결정 내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중소기업의 경우, 산업생태계 내에서 대기업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더 자체적 판단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현시점에서 선제적 사업재편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곳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과거 OB맥주, 한국네슬레 등을 매각하고 대우종합기계, 밥캣 인수 등을 통해 소비재 중심에서 중공업 중심으로 전략적 재편을 추진했다.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에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타워 등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자구안을 추진했다. 반면 홈플러스 등의 경우 유동성 압박이 심화한 이후에야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구조조정 적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이 '사후적 채무조정'에서 벗어나, 부실 징후가 나타나는 단계에서부터 움직이는 '선제적인 기업 개선'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과 달리 자체 자원만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기 힘든 중소·중견 기업들을 고려해 제도적 지원 역시 이러한 기업개선 생태계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은진 룩센트 파트너는 "끝까지 가서 (유동성 및 자원이 고갈된 후) 구조조정을 하면 결국 청산 선택지밖에 남지 않을 수 있다"면서 선제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산업별 신용위험평가 체계를 세분화해 더 빨리 부실을 포착하고 금융쪽 지원 프로그램과 매칭시키는 등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욱 기자 [email protecte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