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0원대 …'반도체 달러'가 올린 원화체급
매일경제-경제 · 2026-09-03 17:50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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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ADR 자금 들어오고
수출기업 달러 매도 쏟아져
연내 1300원대 초반 전망도
대기업자금 은행 대거 유입에
머니무브에도 수신 감소 방어
◆ 원화값 1년2개월 만에 최고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359.3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원화값 거래가 1350원대에서 마감한 것은 작년 7월 3일(1359.4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전일 종가(1368.7원)와 비교하면 하루 새 9.4원 상승했다. 국내 수출 대기업에서 달러 매도가 지속된 데다 미국·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감이 맞물린 결과다.
7월 초 1555원대까지 급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던 원화값은 이후 계단식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올해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했고, 이후 12거래일 연속 1300원대 종가를 이어왔다.
◆ 쏟아지는 수출기업 달러 환전
원화값이 상승한 가장 큰 요인은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의 대규모 달러 매도다. 우선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조달한 265억달러 중 일부를 국내로 들여와 꾸준히 원화로 환전하고 있다. 막대한 달러 물량이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공급되면서 원화값 상승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또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수출 대기업에 환전을 독려하면서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현대자동차·기아 등 주요 기업이 달러 매도를 확대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수출 기업들이 정부에 매도 목표까지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달러를 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 금융당국의 엔화 약세 저지 공조도 원화 강세를 부추겼다. 이날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달러당 엔화값이 장중 157엔대 초반까지 급등했다.
◆ 1300원 초반까지 상승 가능성
시장에서는 하반기 원화값이 1300원대 초중반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원화값이 1330원 수준까지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환율 움직임의 최대 변수로는 미국 재정 우려와 긴축 가능성이 꼽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심리적 경계선인 5%를 넘어서면 외환시장 분위기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으로 자금 쏠림이 강해지면서 달러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수출 호황 지속 여부는 또 다른 변수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만약 지금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달러'가 계속 국내로 유입된다면 웬만한 악조건에도 원화값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머니무브도 대기업 자금이 상쇄
달러 유입은 은행 수신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년간 주식 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에도 수출 기업의 단기 예치금이 다량 유입되며 은행 전체 수신을 방어한 것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공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비영업적 도매자금 잔액(영업일 평균)은 총 53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6조1000억원 늘었다.
비영업적 도매자금은 대기업·금융기관 등이 금리와 유동성 운용을 목적으로 단기간 예치한 자금이다. 같은 기간 개인과 중소기업의 예금 잔액이 9조6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이 도매자금을 뭉치로 맡기며 해당 수신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찬 기자 / 박창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