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간 국민연금, 돈 더 벌었지만…"주말 KTX는 더 붐벼"[주末머니]
아시아경제-증권 · 2026-08-29 10:1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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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주소②] 기금·공제 지방 이전 어떻게
수도권 인구 50.6%·GDP 53% 집중
국민연금 전주 이전, 협력 기관 이전 효과
정부 "이전 계획에 집적과 집중 원칙 반영"
대한민국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는 전체 인구의 50.6%가 산다. 국내총생산(GDP)의 53%도 수도권에서 나온다. 기업과 인재가 가까이 모이면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집적에는 비용도 따른다. 2023년 한국 근로자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72.6분이었다. OECD는 수도권 집중과 함께 주택 부족과 높은 주거비, 교통 혼잡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에서는 좋은 일자리와 청년층이 빠져나간다.
이 같은 수도권 과집중과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이미 9년 전 대형 기관 하나를 서울에서 전주로 옮긴 경험이 있다. 18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다. 금융기관 지방이전의 효과와 한계를 따져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선행 사례다.
전주 간 국민연금, 수익률 따져봤더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주로 이전했다. 당시에도 금융업계에서는 서울의 운용사와 증권사, 투자은행(IB), 전문인력에서 멀어지면서 운용성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전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이전 직전인 2014~2016년 연평균 수익률은 4.9%였다. 전주 이전 이후인 2017~2025년 평균은 8.6%다. 적어도 '서울을 떠나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단순한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전주 이전 덕분에 수익률이 올랐다고 해석할 수도 없다. 2018년과 2022년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2023~2025년의 높은 성과에는 주식시장과 환율, 자산배분 변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북연구원도 "운용성과에는 입지보다 시장환경과 자산배분, 리스크관리 등 내부 운용역량의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올해 5월 말 국민연금 적립금은 1848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금융부문 자산의 51.9%, 959조5000억원을 국내외 외부 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전주까지 사무소를 열 이유가 있는 초대형 고객이다.
민간 금융회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KB금융은 전북혁신도시에 금융타운을 열고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을 배치했고, 신한펀드파트너스 전주본부에도 44명이 상주한다. 하나·우리금융도 100명 이상 규모의 인력 확대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금융사도 전주 거점을 늘리고 있다. 블랙록과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가 3월 전주에 사무소를 열었고, 7월에는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스타우드캐피털도 합류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7월 현재 전주에 사무소를 둔 해외 자산운용사는 12곳, 국내외 금융기관은 25곳이다.
전북연구원은 "국민연금이라는 대형 투자자가 운용사와 금융그룹을 끌어당기는 '수요 창출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민연금과 금융지주, 글로벌 운용사에 공제회까지 더해지면 자산운용과 수탁,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기능을 추가로 집적할 수 있다는 게 전북 측 구상이다.
국민연금이라는 대형 기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집적의 초기 모습도 어느정도는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사무소 숫자를 늘리는 데서 더 나아가 운용인력과 투자 의사결정 기능을 얼마나 지역에 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전주에 여러 운용사 사무소가 연 건 사실이지만 전주 근무를 선호하는 인력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과거보다 상주 인력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 결과로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주말 서울-익산행 KTX 표 끊기만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관 지방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전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 금융기관의 기관장은 최근 중앙정부가 기관과 이전지역을 정한 뒤 내려보내는 방식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 유치처럼 기관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방안을 정부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지원과 특별공급, 부지·인허가, 교육·교통 여건 등 직원이 실제 이주를 선택할 만한 조건을 지자체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나눠먹기'에서 '집적과 집중'으로…정부 균형 찾기 주목
1차 공공기관 이전 연구도 기관의 주소만 옮긴다고 지역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KDI는 2021년 보고서에서 "혁신도시의 제조업·지역서비스업 고용은 늘었지만 지식기반산업 고용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고, 부산 금융·영화와 강원 의료처럼 이전기관과 기존 산업이 연결된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컸다"고 분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도 지난 6월 "공공기관을 균등하게 흩어놓기보다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핵심 기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10~11월께 2차 이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시한 원칙은 '집적과 집중'이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관을 함께 배치하겠다는 구상으로, 앞선 연구 결과와 유사한 맥락이다.
국민연금 사례로 볼 때, 지방이전 뒤 수익률이 하락하는 단순한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간 금융회사는 조금씩 전주로 따라갔다. 동시에 금융회사의 사무소가 늘어나는 것과 핵심 운용인력·의사결정 기능이 실제로 옮겨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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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면 삼전·하닉 어쩌나…머스크가 꽂힌 '새 ...정부가 내건 '집적과 집중'이 풀어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면서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집적과 균형의 가치를 실제 이전안에 얼마나 정교하게 담아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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