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원문 보기 ↗

“임상 1상인데 계약금만 2700억”…로슈가 찍자 일주일 새 20% 뛴 한미약품 [이주의 Bull기둥]

매일경제-증권 · 2026-08-29 08:25 · 한미약품(128940)

이 기사를 내 블로그에 포스팅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AI 요약이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포스팅 원고

없음

📄 원문 전문
증권가 목표주가 줄상향, 최고 80만원까지 살을 빼면서 근육은 지키는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한미약품의 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 아직 임상 1상에 불과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최대 3조2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시장의 시선은 단일 기술수출을 넘어 한미약품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 전체로 향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0.99% 상승한 5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1일 종가 41만5500원과 비교하면 이번 주 들어 22.5% 올랐다. 주가를 단숨에 끌어올린 것은 지난 24일 발표된 대규모 기술수출이다. 한미약품은 로슈그룹의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기술이전했다고 밝혔고,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하루 만에 가격제한폭인 29.96% 치솟아 54만원에 마감했다. 시장이 주목한 것은 계약 규모보다 계약의 ‘질’이다. 제넨텍과 맺은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500만달러(약 3조1892억원)로, 이 가운데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만 1억9000만달러(약 2629억원)에 달한다. 임상개발과 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라 약 2조9263억원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고, 제품 출시 이후에는 매출에 연동된 로열티도 별도로 챙긴다. 증권가를 놀라게 한 대목은 HM17321이 아직 임상 1상 단계라는 점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약효가 본격적으로 증명되기도 전에 글로벌 빅파마가 2600억원이 넘는 돈을 먼저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전체 계약에서 선급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2%로, 국내 제약사가 빅파마와 체결한 기술수출 계약의 평균 선급금 비율인 약 4%의 두 배를 웃돈다. 이례적인 몸값의 배경에는 비만치료제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로 대표되는 기존 치료제가 ‘얼마나 많이 살을 빼느냐’를 놓고 겨뤘다면, 차세대 시장의 화두는 ‘무엇을 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체중이 줄 때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함께 빠지는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것이다. HM17321은 기존 GLP-1 계열과 달리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UCN2 유사체다. 한미약품은 전임상 연구에서 이를 투여했을 때 지방량은 줄어드는 반면 제지방량과 근육량은 증가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기존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와 병용하면 체중 감량과 체성분 개선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로슈가 이 물질에 큰돈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슈는 GLP-1·GIP 이중작용제인 에니세파타이드와 경구용 GLP-1 치료제 RG6652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를 따라잡으려면 차별화된 기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체 개발하던 근육보존 후보물질도 기대에 못 미쳤다. 마이오스타틴 억제제 RG6237은 올해 척수성 근위축증과 안면견갑상완형 근이영양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두 건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비만 임상은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근육보존 기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결국 로슈에 HM17321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뒤집을 카드다. 이미 보유한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와 결합해 체중은 줄이면서 근육은 최대한 보존하는 병용요법을 만들면, 릴리·노보노디스크와는 다른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계약이 신약 후보물질 하나의 거래를 넘어 글로벌 비만시장의 다음 경쟁 방향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나머지 비만 파이프라인까지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기전의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글로벌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 HM15275와 마이오스타틴 저해제 HM-500197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계약이 의미 있는 것은 이들 후보물질에도 ‘빅파마 검증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어서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일라이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를 약 1조9000억원에 기술수출한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조 단위 계약을 따내며 연구개발 역량을 재차 증명했다. 증권사들도 몸값을 다시 계산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HM17321의 신약 가치를 1조7220억원으로 평가하고 전체 파이프라인 가치를 4조9380억원으로 끌어올리면서 목표주가를 51만원에서 65만원으로 27.5% 상향했다. 다른 증권사들의 눈높이는 더 높다. NH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76만원으로 33% 올렸고 미래에셋증권은 73만원, DS투자증권은 72만원을 제시했다. 일부는 80만원대까지 꺼내 들었다. 임상 초기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할인해 평가하던 기존 방식에서, 실제 빅파마가 지불한 금액이 확인되자 신약 가치 자체를 높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수출은 올해 실적에도 직접 반영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약 2700억원의 선급금이 4분기 실적에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HM17321은 한미사이언스와의 인적분할 이후 자체 개발한 파이프라인이어서 계약금을 나누지 않고 한미약품이 전액 인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5494억원으로, 지난해 2578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호철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선급금 비율 8.2%는 국내 제약사의 빅파마 기술수출 평균인 4%를 두 배 이상 상회한다”며 “HM17321의 신약 가치를 1조7000억원으로 반영했고 HM15275와 HM-500197의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