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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갑자기 찾아온 실명, 캄캄했다”…절망한 경상도 남자 구한 ‘노루’

매일경제-경제 · 2026-08-28 06:30 · 삼성화재(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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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건희 회장 혜안으로 시작 320마리가 시각장애인 만나 차량 적응·위험 대처법 등 2년간 훈련…7~8년간 봉사 생후 두 달 남짓한 강아지 한 마리가 정식 안내견이 되기까지는 꼬박 2년이 걸린다. 일반 가정과 안내견학교, 훈련사의 손을 차례로 거치고 수많은 거리와 사람, 교통수단을 경험한 뒤에야 시각장애인 한 명과 파트너가 된다. 이 긴 여정을 33년째 이어오고 있는 곳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다. 27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안내견학교에서는 개교 33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훈련을 마치고 선발된 안내견 7마리가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새출발을 하고 은퇴견 4마리는 삶의 2막을 맞이하는 분양·은퇴식이 진행됐다. 갑작스러운 실명을 경험한 50대 김홍기 씨는 안내견 ‘노루’와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그동안 지팡이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딛던 김씨는 이제 노루 덕에 자신감 있게 사회에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김씨는 “경상도 출신이라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데 노루 덕분에 닫혀 있던 나를 밖으로 발산할 수 있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안내견 ‘피치’가 시각장애인을 만나기 전 사회화를 도운 ‘퍼피워커’ 박정숙 씨는 피치와 헤어지는 순간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박씨는 “인공지능(AI)이 발전해도 안내견을 대신할 순 없다”며 “기술은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지만, 안내견은 목적 없이도 걷고 싶게 해준다”며 피치의 앞날을 응원했다. 안내견학교의 탄생은 33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복지사회를 위해선 장애를 가진 이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혜안에서 비롯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안내견은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기업이 직접 개를 키운다는 것 자체를 낯설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일부에서는 비난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며 “돈으로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봉사자의 숨은 노력을 먹고 자라는 한 송이 국화, 그게 안내견”이라고 에세이에 적었다. 안내견학교가 첫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것은 개교 이듬해인 1994년이다. 이후 매년 12~15마리를 배출하고 있다. 2020년 안내견 최초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섰던 ‘조이’ 역시 이곳 출신이다. 개교 이후 지금까지 분양된 안내견은 총 320마리,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93마리다. 안내견 한 마리의 탄생은 학교의 힘만으론 부족하다. 이들의 10여 년 생애마다 훈련사와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 가족 등 수많은 사람의 시간이 포개진다. 첫 번째 동행을 함께하는 퍼피워커는 생후 3~14개월 예비 안내견을 기르며 지하철·버스를 타거나 동네 주민을 만나는 등 사회화를 경험시킨다. 생후 15~22개월에는 학교에서 본격적인 배변·식사·복종 등 기본 훈련부터 차량 등 위험에 대비하는 훈련을 소화한다. 지난 33년간 훈련사들은 예비 안내견과 함께 약 89만㎞를 걸으며 이들을 훈련시켰다. 지구 22바퀴를 돌아도 남는 거리다. 모든 과정을 통과한 안내견은 7~8년 동안 파트너로 매칭된 시각장애인 곁을 지키며 가족이 된다. 이후 은퇴기를 맞이해 입양 봉사자 가구에서 노후를 보낸다. 안내견학교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동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2000년에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보조견의 대중교통 이용이나 공공장소 출입을 거부하는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