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직접 작성 · 2026-08-27 16:49
에밀 졸라의 『로마』
기본 정보
원제: Rome
발표 연도: 1896년
총서: 세 도시(Les Trois Villes) 3부작의 2부. 앞선 작품은 루르드(Lourdes), 이어지는 작품은 파리(Paris)
배경: 19세기 말 로마 — 폐허로 남은 고대 로마, 화려하지만 낡아가는 교황의 바티칸,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새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가 겹쳐 있는 도시
장르: 장편소설(사회·종교 비판, 자연주의)
제목의 의미: 주인공 피에르가 쓴 책의 제목 『새로운 로마』이자, 고대·교황·근대라는 세 겹의 로마를 동시에 가리키는 이중의 제목입니다.
소설 개요
"로마(Rome)"는 에밀 졸라가 루공-마카르 총서를 완결한 뒤 발표한 세 도시(Les Trois Villes)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 『루르드』에서 신앙을 잃은 신부 피에르 프로망은, 파리 빈민가에서 목격한 참상을 바탕으로 교회의 초기 정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책 『새로운 로마』를 씁니다. 그러나 이 책이 로마 종교재판성의 금서 심사에 오르자, 피에르는 책을 지키기 위해 직접 로마로 향합니다. 소설은 그가 교황을 만나기까지 겪는 석 달간의 지연과, 그 지연 끝에 찾아오는 조용한 굴복을 뒤쫓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피에르 프로망 — 파리 빈민가에서 신앙 대신 사회적 신념을 얻은 신부. 『새로운 로마』를 지키기 위해 로마로 온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레오 13세 교황 —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인물. 피에르를 결국 설득하여 스스로 책을 단죄하게 만드는 최종 권위자입니다.
보카네라 추기경 — 로마의 몰락한 구귀족 가문의 수장. 타협을 모르는 신념으로 낡은 교회 질서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물입니다.
브느데타 — 보카네라 가문의 조카딸. 혼인 무효 소송 중이며, 다리오와의 결혼을 손꼽아 기다리는 순수한 인물입니다.
다리오 — 보카네라 가문의 먼 친척 청년이자 브느데타의 연인. 추기경을 노린 독이 든 무화과를 대신 먹고 목숨을 잃습니다.
몬시뇰 나니 — 부드러운 미소 뒤에 모든 것을 계산하는 고위 성직자. 피에르를 반박 없이 지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입니다.
줄거리 요약
새로운 로마를 들고 온 신부
파리 뒷골목에서 굶어 죽은 아이들과 다섯 남매와 함께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목격한 피에르는, 교회가 초기 그리스도교의 검소함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로마』를 씁니다. 책이 금서 목록에 오를 위기에 처하자, 그는 이를 지키기 위해 스물다섯 시간 기차를 타고 로마로 향하고, 보카네라 추기경의 몰락한 저택에 머물며 브느데타와 다리오의 손에 닿을 듯한 행복을 지켜봅니다.
지연되는 알현과 두 죽음
피에르는 몬시뇰 나니를 시작으로 여러 성직자에게 차례로 떠넘겨지며 석 달째 교황을 만나지 못합니다. 아무도 그의 책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은 채, 그저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될 뿐입니다. 그러던 중 보카네라 추기경을 노리고 배달된 독이 든 무화과를 다리오가 대신 먹고 쓰러지고, 임종을 맞은 연인 곁에서 브느데타는 순결의 맹세를 스스로 거두며 그를 끌어안은 채 함께 숨을 거둡니다.
조용한 굴복과 로마를 떠나며
두 연인이 죽은 바로 그날 저녁, 알현이 성사됩니다. 교황은 피에르의 책을 "가장 죄 많고 위험한 책"이라 단언하며 그를 논리가 아닌 존재감으로 설득하고, 피에르는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책을 단죄합니다. 장례식 자리에서야 그는 지난 석 달의 지연이 자신을 지치게 만들기 위한 정교한 설계였음을 깨닫고,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채 홀로 기차에 올라 파리로 돌아갑니다.
명대사·인상적인 장면
"당신의 책을 읽었소. 가장 죄 많고, 가장 위험한 책이오." — 교황이 논쟁이 아닌 존재만으로 피에르를 무너뜨리는 알현 장면의 정점입니다.
추기경이 식탁 위 무화과 하나를 앵무새에게 건네자 앵무새가 그대로 쓰러져 죽는 장면은, 독살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을 소리 없이 드러냅니다.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 나의 다리오." — 순결의 맹세를 스스로 거두며 죽어가는 연인을 끌어안는 브느데타의 마지막 말은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한 장면으로 꼽힙니다.
"로마는 그를 삼키지 않았습니다. 로마는 그를 설득했습니다." — 폭력이 아니라 설득으로 개혁을 무력화하는 이 소설의 핵심을 압축한 문장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거대한 조직이 반대자를 억압이 아니라 지연과 설득으로 다루는 방식에 관심 있는 분, 신앙을 잃은 인간이 신념마저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분, 그리고 전작 『루르드』를 읽고 피에르 프로망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루르드(Lourdes) — 피에르 프로망이 신앙을 잃는 과정을 그린 3부작의 1부로, 이 소설의 직접적인 전편입니다.
파리(Paris) — 로마에서 좌절한 피에르가 새로운 실천의 장을 찾아가는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외젠 루공 각하(Son Excellence Eugène Rougon) — 권력 조직의 생리와 그 안에서 개인이 흡수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나란히 읽을 만합니다.
작품의 의의
이 작품은 폭력적 탄압이 아니라 지연과 설득이라는, 훨씬 조용하고 완전한 방식으로 개혁이 무력화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치소설로서의 성격이 짙습니다. 졸라가 겨냥한 것은 가톨릭 신앙 그 자체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 반대자를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작 『루르드』에서 종교적 기적과 군중심리를 다뤘던 졸라는, 이 작품에서 관료제와 권력 시스템이라는 전혀 다른 축으로 시선을 옮기며 3부작의 사상적 폭을 넓혔습니다.
에밀 졸라의 『로마』
기본 정보
원제: Rome
발표 연도: 1896년
총서: 세 도시(Les Trois Villes) 3부작의 2부. 앞선 작품은 루르드(Lourdes), 이어지는 작품은 파리(Paris)
배경: 19세기 말 로마 — 폐허로 남은 고대 로마, 화려하지만 낡아가는 교황의 바티칸,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새 이탈리아 왕국의 수도가 겹쳐 있는 도시
장르: 장편소설(사회·종교 비판, 자연주의)
제목의 의미: 주인공 피에르가 쓴 책의 제목 『새로운 로마』이자, 고대·교황·근대라는 세 겹의 로마를 동시에 가리키는 이중의 제목입니다.
소설 개요
"로마(Rome)"는 에밀 졸라가 루공-마카르 총서를 완결한 뒤 발표한 세 도시(Les Trois Villes)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전작 『루르드』에서 신앙을 잃은 신부 피에르 프로망은, 파리 빈민가에서 목격한 참상을 바탕으로 교회의 초기 정신으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책 『새로운 로마』를 씁니다. 그러나 이 책이 로마 종교재판성의 금서 심사에 오르자, 피에르는 책을 지키기 위해 직접 로마로 향합니다. 소설은 그가 교황을 만나기까지 겪는 석 달간의 지연과, 그 지연 끝에 찾아오는 조용한 굴복을 뒤쫓습니다.
등장인물 소개
피에르 프로망 — 파리 빈민가에서 신앙 대신 사회적 신념을 얻은 신부. 『새로운 로마』를 지키기 위해 로마로 온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레오 13세 교황 —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인물. 피에르를 결국 설득하여 스스로 책을 단죄하게 만드는 최종 권위자입니다.
보카네라 추기경 — 로마의 몰락한 구귀족 가문의 수장. 타협을 모르는 신념으로 낡은 교회 질서를 끝까지 지키려는 인물입니다.
브느데타 — 보카네라 가문의 조카딸. 혼인 무효 소송 중이며, 다리오와의 결혼을 손꼽아 기다리는 순수한 인물입니다.
다리오 — 보카네라 가문의 먼 친척 청년이자 브느데타의 연인. 추기경을 노린 독이 든 무화과를 대신 먹고 목숨을 잃습니다.
몬시뇰 나니 — 부드러운 미소 뒤에 모든 것을 계산하는 고위 성직자. 피에르를 반박 없이 지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뜨리는,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입니다.
줄거리 요약
새로운 로마를 들고 온 신부
파리 뒷골목에서 굶어 죽은 아이들과 다섯 남매와 함께 목숨을 끊은 어머니를 목격한 피에르는, 교회가 초기 그리스도교의 검소함으로 돌아간다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로마』를 씁니다. 책이 금서 목록에 오를 위기에 처하자, 그는 이를 지키기 위해 스물다섯 시간 기차를 타고 로마로 향하고, 보카네라 추기경의 몰락한 저택에 머물며 브느데타와 다리오의 손에 닿을 듯한 행복을 지켜봅니다.
지연되는 알현과 두 죽음
피에르는 몬시뇰 나니를 시작으로 여러 성직자에게 차례로 떠넘겨지며 석 달째 교황을 만나지 못합니다. 아무도 그의 책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은 채, 그저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될 뿐입니다. 그러던 중 보카네라 추기경을 노리고 배달된 독이 든 무화과를 다리오가 대신 먹고 쓰러지고, 임종을 맞은 연인 곁에서 브느데타는 순결의 맹세를 스스로 거두며 그를 끌어안은 채 함께 숨을 거둡니다.
조용한 굴복과 로마를 떠나며
두 연인이 죽은 바로 그날 저녁, 알현이 성사됩니다. 교황은 피에르의 책을 "가장 죄 많고 위험한 책"이라 단언하며 그를 논리가 아닌 존재감으로 설득하고, 피에르는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고 자신의 책을 단죄합니다. 장례식 자리에서야 그는 지난 석 달의 지연이 자신을 지치게 만들기 위한 정교한 설계였음을 깨닫고,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한 채 홀로 기차에 올라 파리로 돌아갑니다.
명대사·인상적인 장면
"당신의 책을 읽었소. 가장 죄 많고, 가장 위험한 책이오." — 교황이 논쟁이 아닌 존재만으로 피에르를 무너뜨리는 알현 장면의 정점입니다.
추기경이 식탁 위 무화과 하나를 앵무새에게 건네자 앵무새가 그대로 쓰러져 죽는 장면은, 독살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순간을 소리 없이 드러냅니다.
"나 여기 있어요, 여기 있어요, 나의 다리오." — 순결의 맹세를 스스로 거두며 죽어가는 연인을 끌어안는 브느데타의 마지막 말은 이 소설에서 가장 순수한 장면으로 꼽힙니다.
"로마는 그를 삼키지 않았습니다. 로마는 그를 설득했습니다." — 폭력이 아니라 설득으로 개혁을 무력화하는 이 소설의 핵심을 압축한 문장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거대한 조직이 반대자를 억압이 아니라 지연과 설득으로 다루는 방식에 관심 있는 분, 신앙을 잃은 인간이 신념마저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은 분, 그리고 전작 『루르드』를 읽고 피에르 프로망의 다음 여정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작품
루르드(Lourdes) — 피에르 프로망이 신앙을 잃는 과정을 그린 3부작의 1부로, 이 소설의 직접적인 전편입니다.
파리(Paris) — 로마에서 좌절한 피에르가 새로운 실천의 장을 찾아가는 3부작의 완결편입니다.
외젠 루공 각하(Son Excellence Eugène Rougon) — 권력 조직의 생리와 그 안에서 개인이 흡수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나란히 읽을 만합니다.
작품의 의의
이 작품은 폭력적 탄압이 아니라 지연과 설득이라는, 훨씬 조용하고 완전한 방식으로 개혁이 무력화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치소설로서의 성격이 짙습니다. 졸라가 겨냥한 것은 가톨릭 신앙 그 자체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 반대자를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전작 『루르드』에서 종교적 기적과 군중심리를 다뤘던 졸라는, 이 작품에서 관료제와 권력 시스템이라는 전혀 다른 축으로 시선을 옮기며 3부작의 사상적 폭을 넓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