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박상철 기자] 27일 오전 국내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 팽창에 따른 전력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 기대감이 맞물리며 전력설비, 전선, 2차전지 관련 테마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과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전력망 보호 조치, 그리고 한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 기대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해당 섹터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가장 먼저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용량 전력시스템 관련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용량 전력시스템에 대한 외국발 위협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국방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력망이 공격받거나 공급이 중단될 경우의 피해 규모가 막대해졌음을 강조하며, 이미 설치된 외국산 장비에 대해서도 안전 문제가 확인될 경우 에너지부가 감시와 격리를 넘어 교체 및 철거까지 명령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에너지부는 향후 120일 이내에 고압 송전선, 변전소,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특정 수입 부품의 구매와 수입, 설치를 금지하는 구체적인 시행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보안 위협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중국산 전력 장비를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미 시장에 전력기기를 수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강력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 인프라 투자 심리를 더욱 부추긴 것은 세계 1위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다. 엔비디아는 지난밤 뉴욕증시 장 마감 후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급증한 962억2천만 달러(약 133조2천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921억7천만 달러를 40억 달러 이상 상회하는 수치로, 13분기 연속 매출 신기록 경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가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하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든 '베라 루빈'을 언급하며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는 AI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는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의 견조한 실적은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여전히 진행형임을 증명하며 전력기기 수요 확대로 직결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인포스탁에 따르면 이 같은 대외적 환경에 힘입어 27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KBI메탈, LS 에코에너지, 일진전기 등이 포함된 전선 테마가 약 5%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력망 확충과 더불어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하는 ESS 산업 역시 정부 정책과 대규모 기업 투자를 바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전력거래소는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규모를 1GW 이상으로 공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 2차 입찰 물량이 각각 약 560MW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수치로, 금액 기준으로는 기존 1조원대에서 2조원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2038년까지 ESS 프로젝트에 총 40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입찰 확대는 AI 시대 전력 수요 폭증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전기차 전방 수요가 일시적 둔화 구간을 지나는 시점에서 ESS 사업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에게 실적을 방어하고 반등을 꾀할 가장 중요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
특히 삼성SDI의 선제적인 대규모 자금 확보는 북미 ESS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읽히며 투심을 자극했다. 삼성SDI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27일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8235주를 주당 34만원, 총 4조4500억원 규모로 장외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규모 현금 확보를 통해 삼성SDI의 북미 ESS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여력이 획기적으로 커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SDI가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생산법인 시너지셀즈의 제너럴모터스(GM) 지분을 전량 인수해 단독 운영하기로 한 만큼, 매각 자금이 관련 설비 투자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러한 소식들이 맞물리며 삼성SDI를 필두로 신성에스티, 서진시스템 등은 각각 약 9%대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고, 해당 종목들이 편입된 ESS 테마 지수가 약 3.4% 상승세를 나타냈다.
박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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