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CID)'에서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 목표를 유지하고 EREV·로보택시·휴머노이드 등 미래 사업 확대 계획을 제시했다. 이 같은 중장기 전략 발표에도 증권가의 평가는 엇갈렸다. 시장 수요와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현실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 사업의 구체적인 진전과 2030년 판매 목표를 달성할 실행 방안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는 이번 CID에서 지난해 제시한 2030년 글로벌 판매 555만대와 전동화 차량(xEV) 판매 비중 60% 등 중장기 목표를 유지했다.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뿐 아니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100종 이상의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최초의 EREV를 공개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 등 차급과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확대해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래 사업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사업 확대 계획을 구체화했다. 현대차는 오는 4분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웨이모에 공급하고 향후 자율주행차 분야의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아이오닉5 로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고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추진 중인 제조 AI·로보틱스 사업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미국에 문을 연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 부지를 연말까지 현재의 약 10배 규모로 확대하고 2028년부터 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익성 목표도 높였다. 현대차는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목표를 기존 8~9%에서 9% 이상으로 상향했다.
주주환원 정책은 기존 틀을 유지했다. 총주주환원율 35% 이상과 최소 배당금 1만원 이상 정책을 이어가는 한편 총 250만5606주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다만 시장 반응은 다소 냉랭했다. 발표 당일 현대차 주가는 3.09% 하락한 4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이날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CID가 현대차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시장의 기대를 끌어올릴 만한 새로운 내용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영증권은 이번 CID가 큰 틀에서 기아 CID와 지난해 현대차 인베스터 데이의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아 CID 이후 4개월 만에 현대차 CID가 개최된 만큼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에서 큰 혁신을 이루기에는 시간이 짧았을 것"이라며 "시장에 새로운 기대를 줄 만한 소식은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피지컬 AI 관련 구체적인 업데이트가 부족했다는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문 연구원은 "토요타 연구소의 LBM, 딥마인드와 VLA 협력을 시작했음에도 휴머노이드의 범용성과 일반화 성능을 높여 상용화를 앞당길 AI 모델 관련 업데이트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생산법인의 현대차 연결 대상 법인 편입 여부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아 11월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62만원으로 18.4% 낮췄다.
하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전반에 걸친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 기대치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며 "로보틱스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CID 이후에도 추가 업데이트가 부족해 관련 기대감은 점차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총주주환원율 35% 이상 정책은 2025~2027년 3개년에 적용되는 정책인 만큼 이번 CID에서 중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할 근거는 크지 않았다"며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가 생긴다면 2028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발표 시점도 2027년 CID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총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5% 수준에 맞추고 있고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규모를 3년간 최대 4조원으로 제한한 채 추가 환원을 배당 형태로 열어둔 구조는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유지하더라도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의 조합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에는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안이 주가 측면에서 투자자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2030년 판매 목표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글로벌 도매 판매는 2023년 422만대에서 2024년과 2025년 각각 414만대로 정체됐고 2026년 상반기에도 197만대에 그쳤다"며 "2030년 550만대 판매 목표는 기존 흐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 화두는 중국 완성차 업체의 부상과 스마트카 대중화"라며 "차종을 50종에서 100종으로 늘리고 EREV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브랜드의 해외 판매 점유율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스마트카 수요도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며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BNK투자증권은 이번 CID에서 현대차의 전략적 변화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CID와 비교할 때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이상적인 전동화 목표에 얽매이기보다 시장 수요와 이익 극대화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조정한 점"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의 수익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과거에는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 대비 마진율이 낮은 과도기적 파워트레인으로 인식됐지만 이번 CID에서는 하이브리드의 한계 공헌이익률이 회사 전체 평균보다 약 5%포인트 높다는 점을 처음으로 구체화했다"며 "이를 영업이익률 9% 이상 목표의 핵심 근거로 제시한 것은 글로벌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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