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세원 기자] 자동차 산업의 인공지능(AI) 경쟁이 개별 모델의 성능을 넘어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학습하고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양산 체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자동차 경쟁력의 중심축을 하드웨어에서 데이터와 AI로 옮기고 있는 가운데 현대모비스와 엔비디아, 퀄컴 역시 각각 실차 검증과 가상 학습, 차량용 컴퓨팅 플랫폼을 앞세워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ME 2026'에서 이경민 현대자동차 상무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 경쟁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지나 'AI 정의 차량(AI Defined Vehicle·AIDV)'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상무는 "사실 데이터가 핵심이라기보다는 데이터를 돌릴 수 있는 플라이휠이 오늘 핵심"이라며 현대차가 바라보는 데이터 플라이휠 전략을 소개했다.
현대차가 제시한 데이터 플라이휠은 차량에서 데이터를 수집한 뒤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AI 모델을 학습해 안전성을 검증한 뒤 다시 차량에 배포하는 구조다.
핵심은 배포에서 끝나지 않는다. 차량에 적용된 모델에서 다시 데이터를 확보해 다음 학습과 개선으로 이어지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를 구축해야 데이터 플라이휠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사용자가 많아지고 데이터 플라이휠을 통해 데이터가 모이면 개선이 되고, 개선이 되면 더 좋은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용자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어진 현대모비스와 엔비디아, 퀄컴의 발표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순환 구조를 실제 자율주행 개발과 양산 과정에 적용하기 위한 각각의 해법이 제시됐다.
◆ 현대모비스 "AI 구조보다 검증"…가상에서 만들고 실차에서 확인
현대모비스(012330)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구조 자체보다 개발된 기술을 실제 차량에서 얼마나 빠르게 검증하고 수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인지·판단·경로·제어를 각각 분리하는 방식부터 이들을 하나의 모델로 통합하는 방식, 두 구조를 함께 사용하는 혼합형까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연사로 나선 현대모비스 자율주행SW개발실 이재훈 책임연구원은 이 같은 기술 구조보다 "어떻게 검증하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수정할 수 있느냐"가 실제 고객을 태우는 양산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로 생성과 차량 제어는 차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차량의 크기뿐 아니라 각종 액추에이터의 반응속도와 통신, 주행 특성이 서로 다른 만큼 같은 상황에서도 차종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실차 시험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하고 있다. 실도로 주행에서 발견한 특정 상황을 3차원 가상환경으로 옮긴 뒤 날씨와 주변 차량 등 조건을 바꿔 새로운 엣지케이스를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 상황에는 없었던 트럭이나 버스를 가상환경에 추가해 새로운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도 실제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뮬레이션이 실차 검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가상환경에서 개선한 기능 역시 최종적으로 실제 차량과 시험장에서 반복 검증해 개선 전후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양산 단계에서는 비용도 핵심 변수로 꼽았다. 자율주행 AI 모델의 연산량을 낮추고 최적화해 제어기 가격과 발열을 줄여야 보다 많은 차량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엔비디아, 실도로 데이터 한계 '가상세계'로 보완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시뮬레이션과 데이터 생성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엔비디아 정석원 전무는 자율주행 개발의 주요 요소로 AI 학습과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학습한 AI 모델을 실제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하기 위한 컴퓨팅 환경을 제시했다.
실제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데이터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뮬레이션으로 보완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전무는 가상환경에서 데이터를 생성하고 선별한 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실패한 사례를 다시 학습 과정에 투입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실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인 시뮬레이션과 학습을 통해 자율주행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플랫폼으로 '옴니버스(Omniverse)'와 '코스모스(Cosmos)'도 소개했다. 옴니버스는 3차원 기반의 디지털트윈 환경을 구현하고, 코스모스는 피지컬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생성과 처리 등에 활용된다.
특히 코스모스는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액션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활용해 실제 환경에서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생성하고 학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율주행 AI가 실제 차량에 배포되기 전 얼마나 많은 상황을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지가 개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 퀄컴, ADAS·IVI 하나로…AI 양산의 '비용' 낮춘다
퀄컴은 학습과 검증을 거친 AI를 실제 차량에 탑재하기 위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략을 제시했다.
퀄컴 CDMA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장용재 전무는 "퀄컴의 자동차용 칩이 적용된 차량은 누적 5억대를 넘어섰으며 디지털 콕핏 제품은 9000만대 이상의 차량에 상용화됐다"며, "기존 자동차에서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운전자 모니터링 등이 각각 별도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로 구동됐지만 퀄컴은 이를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에서 처리하는 '플렉스(Flex)' 제품을 개발해 이미 상용화했다"고 밝혔다.
ADAS와 IVI를 비롯한 여러 기능을 하나의 SoC로 통합해 각각의 칩을 별도로 사용하는 구조보다 비용과 개발 리소스를 줄이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역시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통합한다. 서로 다른 안전 중요도를 가진 애플리케이션은 하이퍼바이저를 통해 분리하고, 안전 관련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등이 하나의 SoC에서 동작하더라도 서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한다.
퀄컴은 AI 구동에서도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제시했다. 차량 내부에서 AI를 직접 구동하면 응답속도가 빠르고 통신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연산 자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클라우드 AI와 연동하는 방식이다.
차량이 판매된 이후에도 AI의 개발은 이어진다. 실제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클라우드로 보내 학습·시뮬레이션하고, 개선된 모델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에 다시 적용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구조를 활용한다.
현대차가 이날 자동차 AI 경쟁의 핵심으로 '데이터 플라이휠'을 제시한 가운데 완성차와 부품, 반도체 업계 역시 가상환경에서의 학습부터 실차 검증, 차량 내 연산과 비용 절감까지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상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개발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 경쟁의 무게중심이 단순히 더 높은 성능의 AI 모델을 만드는 데서 벗어나,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하고 검증한 뒤 낮은 비용으로 실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느냐로 넓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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