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둔화했다. 증권가는 2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 신차 출시와 원가·관세 부담 완화에 따른 회복을 기대했다. 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피지컬 AI' 사업의 가치 재평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23일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9조2153억원, 영업이익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20.8%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조8879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7.5%에서 올해 2분기 5.8%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95조15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조3656억원으로 25.8%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둔화가 이어진 셈이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미국 시장이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은 5개 분기 연속 6%대를 유지했다. 글로벌 도매 판매에서 HEV 비중은 18.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26.2%까지 확대됐다.
반면 국내와 유럽 판매는 부진했다. 국내 도매 판매는 주요 신차 출시가 하반기에 집중된 데다 부품 공급 이슈에 따른 생산 차질까지 겹치며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다. 유럽 도매 판매도 경쟁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신차 출시를 앞둔 대기 수요 등의 영향으로 10.9% 줄었다. 현대차는 하반기 투싼과 아이오닉3 출시를 통해 판매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용 증가였다. 환율 효과로 매출은 약 2조6000억원 늘었지만 판매 물량 감소와 인센티브 확대에 따른 믹스 악화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영업이익 역시 환율 효과로 2380억원 개선됐지만 물량·믹스 요인으로 5420억원, 기타 비용 증가로 5700억원가량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7510억원 줄었다.
원가와 판매관리비 부담도 커졌다. 매출원가는 40조4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고 매출원가율은 81.1%에서 82.2%로 상승했다. 판매관리비는 급여와 마케팅 비용, 판매보증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6.8% 늘어난 5조88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신차 출시와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 국내에서는 신차 출시를 본격화하고 유럽에서는 투싼과 아이오닉3를 앞세워 판매 회복을 추진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정학적 이슈와 경쟁 심화로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하는 등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신차 출시 본격화와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연초 제시한 연간 가이던스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적 발표 이후 다수 증권사는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다만 2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 사업의 중장기 가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의 저성장 우려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반기 발생했던 공급 차질이 대부분 해소됐고 하반기에는 수익성 부담 요인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약 3조3000억원 규모였던 관세 영향도 2분기에는 9000억원 수준으로 완화됐다"며 "하반기에도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여 비용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신차 확대는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엘란트라와 투싼, GV80 하이브리드 등 HEV 중심의 판매 확대가 믹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고 유럽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3 역시 판매 회복과 인센티브 부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S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판단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공업과 현대모비스 인도 공장 화재로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믹스가 악화됐지만 대체품 적용으로 두 화재 모두 5월 말~6월 정상화됐고 관련 영향은 3분기부터 소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재 비용은 2분기 4000억원 늘었지만 재료비 절감으로 약 절반이 상쇄됐고, 관세도 부품 환급을 반영한 순부담이 9000억원에 그쳤다"며 "원자재·관세·환율 부담은 모두 2분기를 정점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매출은 하이브리드의 역대 최대 판매에 힘입어 4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최 연구원은 "상반기 실적을 짓눌렀던 요인 대부분이 일회성에 가까워 3분기부터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S투자증권은 하반기부터 피지컬 AI 사업의 윤곽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로보틱스는 RMAC(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의 7월 개소에 이어 Robotics America 지분구조, 소프트뱅크 풋옵션 배분, CEO Investor Day 등 관련 이벤트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에 대한 그룹의 100% 확보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8년 3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은 그룹 내부 수요로 채워지고 2027년부터 외부 수주도 시작될 전망"이라며 "실적 저점을 통과하는 국면에서 하반기 정상화와 재평가 모멘텀이 동시에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역시 2분기를 단기 실적 바닥으로 판단하며 피지컬 AI 사업 확대도 핵심 모멘텀으로 꼽았다.
김광식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요 원자재 가격이 1~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고 엔진밸브 대체품 개발과 현대모비스 인도 공장 화재 영향도 해소되면서 수익성은 전 분기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판매량 부진은 3분기에도 이어질 수 있지만 하반기 신차 출시 사이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이오닉3와 아반떼, 투싼, 제네시스 라인업의 신차 효과가 4분기부터 판매량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그룹 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향후 신규 투자자 유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RMAC 가동과 모셔널 상업운행 개시, CEO Investor Day에서의 중장기 계획 공개 등이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판매 부진과 원가 부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반영해 목표주가는 기존보다 7.5% 낮춘 74만원으로 제시했다. 투자의견 '매수'와 업종 내 최선호주 의견은 유지했다.
하나증권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76만원에서 65만원으로 낮췄다. 자동차 성장 둔화와 자율주행 모멘텀 지연, 관계사 지분가치 하락 등을 반영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예상치에는 부합했다"며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의 관세 비용 반영에 따른 낮은 기저와 생산 차질 해소, 주요 시장의 볼륨 신차 및 친환경차 출시, 하이브리드 수익성 개선,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이 맞물리면서 실적 모멘텀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주가 조정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모빌리티·로보틱스 기업으로서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시장 형성 속도와 현대차의 실행력 확인 여부에 달려 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RMAC 및 생산법인 설립, 부품 공급망 구축, SDV 페이스카 출시 등이 진행되면서 재평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췄지만 그 배경을 실적 악화보다는 원가·관세 부담과 업종 밸류에이션 조정에서 찾았다. 하반기 신차 효과와 비용 정상화가 현실화되고 피지컬 AI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될 경우 현대차의 주가 재평가 가능성도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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