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통제, 실패하고 있는가?”-IISS
아시아경제-경제 · 2026-08-26 09:10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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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설계·제조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잇따라 진전을 발표하거나 실제 성과물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통제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25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통제는 실패하고 있는가?(Are US export controls on tech failing?)’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의 히스토리와 중국의 대응, 현황 등을 분석했다.
미국의 기술 수출통제는 ▲미국 기업들의 중국시장 판매 억제로 인한 매출 감소와 그만큼의 재투자 여력 약화 ▲미국 기업들의 경쟁 노출을 막아 혁신 제약 ▲중국이 더 비밀주의적으로 변하면서 중국 역량 파악이 어려워짐 ▲미국의 수출 통제가 없었다면 중국이 미국 기술에 더 의존할 수 있었다는 점 등 4가지 비용을 발생시켰다는 분석이다.
IISS는 ‘미국의 수출통제는 실패한 것인가’란 질문에 답을 내기보다 미국이 수출통제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제조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잇따라 진전을 발표하거나 실제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은 혼선과 관료적 관성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무역 접근법을 재검토해야 할 때일까.
2026년 5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화웨이는 ‘로직폴딩(LogicFolding)’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도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EUV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행정부가 네덜란드 정부에 ASML의 대중국 판매를 막아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EUV 장비를 비롯한 다양한 부품과 장비는 이제 공식적으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의 적용을 받는다. FDPR은 미국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이 포함된 경우 미국 밖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미국의 수출통제를 적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FDPR 집행이 항상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앤스로픽에 서한을 보내 이 AI 기업의 최신 모델인 ‘페이블 5(Fable 5)’와 ‘미토스 5(Mythos 5)’에 수출통제를 적용한다고 통보했다. 그 직후 중국 AI 스타트업 Z.ai는 앤스로픽 모델보다 사용 비용이 저렴하면서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고 알려진 AI 모델을 공개했다.
2025년 10월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반도체 개발에서 미국보다 불과 “나노초(nanoseconds)” 뒤처져 있다고 주장했다.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었을 수 있지만, 이후 다른 전문가들도 반도체뿐 아니라 다양한 AI 관련 기술에서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이런 발표들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통제 정책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간략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수출통제: 확대와 변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통제는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거의 10년이 됐지만, 기술을 둘러싼 긴장은 2012년 10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와 ZTE가 미국 국가안보에 제기하는 위협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들 기업을 상대로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다. 당시 국방부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제한했다.
이후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한과 통제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강화됐다.
더 많은 중국 기업을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리고, FDPR 적용 범위를 반도체 장비로 확대했으며, 텐센트와 CATL 등 추가 기술기업을 ‘중국 군사기업(Chinese Military Companies)’으로 지정하는 방식이었다.
가장 엄격하고 광범위한 조치 가운데 상당수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가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에 시행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당시 접근법을 ‘작은 마당, 높은 울타리(small yard, high fence)’라는 비유로 설명했다.
‘작은 마당’은 “명백한 국가안보 우려”와 직결된 소수 핵심 기술을 의미하고, ‘높은 울타리’는 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투자 정책을 뜻한다.
따라서 설리번의 접근법은 과거처럼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보다 두세 세대 앞서 나가는 수준이 아니라, “가능한 한 큰 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의 수출통제 정책에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 요인이 작용했다.
첫째,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는 국가안보 수단인 동시에 점점 더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 중반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위협이다. 베이징은 자체 수출통제를 시행하거나 최소한 허가 절차를 늦출 수 있다고 위협했고, 이는 미국 경제의 여러 산업을 마비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2025년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자국의 수출통제에서 물러나는 대가로 미국은 최소 1년간, 즉 2026년 11월까지 이른바 ‘계열사 규칙(affiliates rule)’을 중단했다. 이 규칙은 엔티티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회사에도 수출통제를 확대 적용하는 제도다. 사실상 중국이 주된 표적이었다.
둘째 요인은 첫 번째와 어느 정도 연관돼 있는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출통제의 시행과 집행이 더 느려지고, 비효율적이며,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트럼프가 2025년 1월 취임하기 전부터 이미 비판을 받고 있었다. 미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는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통제 집행 과정에서 BIS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문제는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대응
첨단 반도체와 AI에서 중국이 미국에 정확히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이 중국의 발전을 미국이 기대하거나 원했던 만큼 억제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뒀을까.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상당한 반도체 재고, 반도체 밀수, 특히 미국 AI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식재산권 탈취 의혹 등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 다만 이런 요인들이 미국의 수출통제로 생긴 제약을 중국이 극복하는 데 정확히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밀수와 관련해서는 올해 6월 기준 미국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중국 내 첨단 AI 반도체 암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통제 우회의 허브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에는 이제 미국의 수출통제를 그대로 반영하고 국내 집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속력 있는 약속도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성공은 미국 수출통제를 피해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 산업정책에서 주로 비롯됐다.
중국 반도체 산업 전문가 한 명에 따르면 베이징 내부 논쟁을 거친 뒤 화웨이는 ‘초크포인트 기술(chokepoint technologies)’의 진전을 이끄는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지만, 개발 과정 어딘가에서는 상당 부분 화웨이로 이어진다. 이런 전략의 결과 가운데 하나가 앞서 언급한 반도체 설계·제조 기술인 로직폴딩이다.
그러나 중국이 반도체와 AI에서 미국을 얼마나 따라잡았는지를 평가할 때 문제가 하나 있다. 수출통제와 미·중 기술경쟁 때문에 중국의 산업이 원래보다도 더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중국 산업에 대해 더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국의 대중국 기술정책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평가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다른 접근법은 가능한가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통제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여러 분야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역효과 측면에서는 최소 네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미국 기업들의 중국시장 판매를 막으면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매출을 잃게 된다. 이는 오히려 혁신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둘째, 경쟁에 노출될 기회를 줄이는 것 역시 혁신을 제약한다.
셋째, 앞서 설명했듯 수출통제의 결과 중국이 더 비밀주의적으로 변하면서 중국의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지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넷째, 미국이 지금과 같은 정책 노선을 택하지 않았다면 중국이 미국의 기술 스택에 더 크게 의존하도록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미국은 지금보다 무역협상과 기타 협상에서 더 큰 지렛대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현재의 정책 경로를 상당히 멀리 진행한 만큼, 이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런 비용들은 어느 하나도 사소하지 않다. 모두 합쳐 보면 결국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실패한 것인가.
실제로 미국이 수출통제를 통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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