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깨서 투자 … 예금회전율 26년래 최고
매일경제-경제 · 2026-08-24 17:30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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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진 예금회전속도
2분기 4.9회, 1년새 30% 껑충
반도체 호황에 기업 투자확대
가계는 주식으로 '머니무브'
"시장 불확실성 커져" 경고도
2분기 4.9회, 1년새 30% 껑충
반도체 호황에 기업 투자확대
가계는 주식으로 '머니무브'
"시장 불확실성 커져" 경고도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예금은행의 예금회전율은 4.9회였다. 분기 기준으로 2000년 2분기(5.3회) 이후 26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2분기 3.8회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높다. 이후 네 분기 연속 올랐다.
◆ 예금 빼서 생산·투자·소비 활발
예금회전율은 일정 기간 은행에서 인출된 예금 총액을 같은 기간 예금 평균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예금회전율은 1996년 연평균 8.9회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어 2005년 3.0회까지 떨어졌고, 지난해까지 20년간 3~4회대에 머물러 있었다.
회전율 상승세가 두드러진 쪽은 언제든 빼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다. 2분기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2.7회로 지난해 2분기 17.1회보다 32.7% 올라 2015년 4분기(23.4회)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요구불예금 안에서는 기업이 수표나 어음을 발행할 때 쓰는 당좌예금 회전율이 702.6회로 23.5% 뛰며 2016년 2분기 710.2회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을 필두로 수출 대기업들의 자금 집행이 잦아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기업담당 임원은 "올 초부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수조 원 규모의 예금을 수시로 여러 은행 단기 예금에 예치하고 또 필요한 경우 여유자금을 조기 집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과 법인이 함께 쓰는 보통예금 회전율도 9.4회에서 12.3회로 올라 2016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 증시 활황에 투자금 인출도 잦아
예금회전율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증시 활황과 금리 상승이 거론된다. 코스피가 상반기 내내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대기자금이 은행과 증권사 계좌를 오갔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며 만기가 긴 예금에 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수요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예금회전율 상승 속에서도 예금 잔액은 증가하고 있다.
2분기 예금은행의 총예금 평잔은 223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2103조6000억원보다 오히려 6.1%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예금회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통장을 드나드는 돈의 속도가 예금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커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예금회전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 2분기 이후 지난해까지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았던 때는 2007년 4분기 4.8회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자산시장이 달아올랐던 시기다. 올해 2분기는 이를 0.1회 차로 넘어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높은 예금회전율은 증시와 환율, 금리가 모두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방향성을 찾기 위한 돈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금회전율
예금 평균 잔액 대비 인출한 금액 비율로, 예금이 일정한 기간에 평균 몇 번 회전했는지를 의미한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생산·투자·소비 등을 위해 통장에서 자금 이동이 많았다는 뜻이고, 낮을수록 돈이 은행에 묶여 있었다는 의미다.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