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세원 기자] 카카오(035720)가 복합기업 할인 해소와 인공지능(AI) 사업의 '기업가치 재평가(Re-rating)'를 위해 회사를 둘로 쪼개는 승부수를 던졌다.
카카오는 지난 21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카카오 인적분할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인적분할 배경과 향후 사업 전략,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공개했다.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와 투자 기능을 맡는 '카카오X'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결합하는 '카카오AI'를 각각 독립 법인으로 분리, 각 사업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 AI 사업의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카카오 전체가 부담했던 대규모 AI 투자 리스크 역시 신설법인인 카카오AI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같은 날 오전 약 30분에 걸쳐 카카오 주식의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카카오는 이보다 4분 뒤인 오전 10시8분 인적분할 관련 이사회 결의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번 인적분할에 따라 존속법인 카카오X는 테크핀과 콘텐츠,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기존 자회사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신규 핵심사업 발굴과 혁신기업 투자를 담당하는 '미래가치 투자회사'로 재편된다.
신설법인 카카오AI는 카카오톡과 맵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AI와 광고, 커머스를 결합한 'AI Core Company'를 표방하며, 카카오톡 플랫폼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에이전틱 AI 시대에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수익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분할비율은 올해 6월30일 기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X 0.64, 카카오AI 0.36으로 결정됐다.
분할 후 카카오X가 자산 6조2000억원과 부채 1조1000억원, 순자산 5조1000억원을 보유하게 되며, 카카오AI는 자산 5조9000억원과 부채 3조원, 순자산 2조9000억원을 배분받는다.
오는 12월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안이 승인될 경우 내년 1월1일을 분할기일로 카카오X와 카카오AI가 출범한다. 변경상장과 재상장은 같은 달 27일로 예정됐다.
◆ "34조 가치가 16조로 평가"…복합기업 할인 해소한다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결정한 가장 큰 배경은 시장에서 받고 있는 '복합기업 할인'이다.
카카오는 국내외 증권사가 각 사업을 개별 평가한 가치의 합산(SOTP)을 기준으로 회사의 잠재가치가 34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14일 기준 최근 3개월 평균 카카오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쳤다.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픽코마, 카카오모빌리티 등 사업별 가치를 시장이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며 잠재가치 대비 17조4000억원의 격차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내부 의사결정 구조 역시 분할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카카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사회에서 다룬 비경상 안건 가운데 85%가 자회사 지원과 구조개편 관련 사안이었다. 지난해 투자심의기구가 다룬 안건 역시 84%가 자회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즉, 자회사 지원과 관리에 자본과 경영 역량이 집중되면서 카카오 본체에 대한 투자와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는 기회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 카카오의 논지다.
이에 인적분할을 통해 카카오X는 자본배분과 투자, 카카오AI는 AI 기술과 서비스에 각각 특화된 이사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이날 설명회에서 인적분할 준비 기간과 관련해 "내부에서 오랫동안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X와 카카오AI의 사업 배분 기준에 대해서도 AI회사와 투자회사의 사업 목적을 분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할 이후 카카오X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본건 진행 이후 카카오X를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양사 공동 조직 역시 더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분할 이후에도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각 회사는 책임경영과 독립경영을 실시하며 분할에 따른 대주주 지분율 변동도 없다는 입장이다.
◆ AI 떼어내 '리레이팅'…PER 30~40배 노린다
이번 분할의 또 다른 핵심은 AI 사업의 독립적인 가치 평가다.
카카오는 AI 사업의 수익화가 지연되면서 주주 기대감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회사 전체의 밸류에이션 멀티플도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카카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021년 80배까지 치솟았지만 올해 2분기 기준 21.9배까지 낮아졌다.
카카오가 제시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광고·커머스 사업의 경우 현 시점 약 20~30배의 PER가 적용되지만, AI 사업의 수익이 가시화된다면 프리미엄이 붙은 30~40배 수준의 PER도 적용될 수 있다.
이에 카카오는 톡플랫폼과 맵플랫폼, 광고, 커머스 등을 AI 사업과 하나의 법인에 묶어 시장에서 카카오AI 자체의 성장성을 평가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 내정자 역시 카카오AI가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으로 월간 약 50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 플랫폼과 자체 AI 기술을 꼽았다.
이에 따라 자체 멀티 파운데이션 AI 모델 'Kanana-o'와 온디바이스 기술을 결합, 톡플랫폼을 매개로 선물하기와 쇼핑, 헤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에이전틱 AI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향후에도 자체 AI 모델 개발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대형 모델과 별개로 카카오 서비스에 최적화된 개인화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외부 사업자와의 협력도 확대한다. AI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존 카카오 서비스뿐 아니라 향후 MCP 등을 활용해 외부 파트너를 카카오 AI 생태계에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카카오 인적분할의 성공 여부는 우선 카카오 AI 서비스의 '수익화 시점'의 도래 시기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도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은 B2C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카카오의 AI 시장전략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BM)과 트래픽, 외부 파트너십 성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역시 주가 상승과 리레이팅을 위해 AI 서비스의 수익화 시기를 앞당기고 구체적인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시장의 평가를 김도형 카카오X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 AI 성장의 과실도, 투자 리스크도 모두 신설법인 '카카오AI'로
카카오는 분할 이후 양사가 각자의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투자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X가 보유 현금 및 유동화 자산과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자회사들의 재원을 기반으로 기존 핵심사업 강화와 신규 성장동력 발굴, 혁신기업 투자에 나선다면, 카카오AI는 톡비즈를 기반으로 한 자체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AI 인프라 확보와 모델 고도화, 서비스 확장 등에 투자하게 된다.
카카오AI 정신아 대표는 카카오AI가 확보한 현금창출능력을 연간 7000억원 이상으로 전망하며, AI 투자 역시 대규모 외형 확대보다는 자본 효율성을 고려해 집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카카오AI로 넘어온 기존 전환사채 비중은 미미하다"며 "EBITDA와 ROI를 기반으로 향후 투자를 집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AI 모델과 AI 모델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 투자 위주로 집행하되, 고효율·비용절감 구조를 기반으로 서비스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AI의 투자재원에 대해서는 김도영 카카오X 대표가 "카카오AI가 계획하고 있는 투자는 자체적으로 충당할 계획이며, 분할 과정에서 카카오AI가 현금 약 1조3000억원을 가져가고 약 7000억원 이상으로 전망되는 향후 현금창출능력을 토대로 AI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카카오X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매각대금과 SK·카도카와 등 투자지분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 2조3000억여원과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 사업군의 재원 4조1000억여원을 활용, 총 6조가 넘는 투자재원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결국 카카오AI는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AI 사업 성장의 과실을 독립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됐다.
다만 종래 카카오 전체 주주가 나눠 지고 있던 천문학적인 AI 투자 리스크가 분할 이후 약 1조3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넘겨받게 될 카카오AI에 그대로 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카카오AI는 AI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앞으로 별도법인으로서 독자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
정신아 카카오AI 대표는 "별도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기본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고, 별도 조정 FCF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경우 동일 기준 환원 비율을 최대 40%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X 역시 자회사로부터 받는 세후 배당금의 30%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사용하고, 투자차익이 발생하면 특별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해 회사의 투자수익이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할 후 3년 동안 두나무 매각 차익 등을 활용해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전했다.
카카오는 이번 분할을 통해 2025년 8조3000억원 수준인 양사 합산 매출을 오는 2030년 16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존속법인 카카오X는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3%, 신설법인 카카오AI는 약 20%의 매출 성장률을 각각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이번 인적분할의 목적인 '기업가치 재평가'와 'AI 리레이팅' 여부는 카카오X·카카오AI가 분할 이후 얼마나 독립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을 얼마나 빠르게 증명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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