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세원 기자] 패키지 게임과 달리 출시 후 수년에서 수십 년간 서비스가 이어지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보편화되며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의 '책임의 경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게임사를 향한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인게임을 넘어 트럭시위와 간담회, 단체 모금 등 집단행동으로 확대되는 한편, 이용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민·형사 분쟁에서도 게임사가 보유한 서버 데이터가 사실관계를 밝힐 핵심 자료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사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게임사에 이용자 간 분쟁 자체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문제는 정작 이 '유저 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라이브 게임 서버를 관리하는 게임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를 바라보는 각 게임사의 대응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
지난 7일 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 게재된 대선유성경찰서 수사과의 주식회사 넥슨코리아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제2026-111251호)' 역시 이 같은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해당 사안은 업무협조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넥슨 관계자 역시 지난 13일 "유저 간 형사고소 접수에 따른 라이브 서버 데이터 확보를 위한 것이며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 유저 간 사건인데 증거는 서버에…자료 확보 기준은 제각각
이 사건에서 주목할 대목은 압수수색검증영장이 집행됐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이용자 간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용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라이브 서버 내 로그 데이터 등 주요 증거를 관리하고 있는 곳은 결국 게임사다.
이 같은 이용자 간 피해와 분쟁 역시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이용자 5024명 가운데 최근 1년간 게임 내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4%에 달했다. 조사에 응한 이용자 중 2329명이 게임 이용 과정에서 피해를 경험했다는 의미다.
유형별로는 욕설이 38.3%로 가장 많았으나 성적 불쾌감(17.6%), 쪽지·채팅을 통한 괴롭힘(16.6%), 거짓·과장된 이야기(10.1%)뿐 아니라 게임머니·아이템·게임 ID 등의 강제 탈취(6.6%), 신상정보 요구 또는 유포(5.4%), 관리자·지인을 사칭한 아이템·금전 요구(5.3%) 등 재산·신원과 관련된 피해도 확인됐다.
그러나 이용자 간 분쟁과 관련해 게임사가 서버 데이터를 제공하는 절차와 기준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으며 게임·저작권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이용자 간 사기 사건 등에서 아이템 관련 로그나 이동 내역을 확인해야 할 경우 넥슨은 단순 업무협조보다는 영장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법적 절차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법원에서도 사실조회 신청이 있고 문서제출명령이 있는데, 넥슨 같은 경우에는 사실조회에도 응하지 않고 문서제출명령이 들어오는 경우에만 답변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마다 다르다. 엔씨 같은 경우에는 사실조회 단계에서 답변을 해준다"고 덧붙였다.
즉 넥슨의 경우 게임 내 로그 등을 개인정보 차원에서 보다 엄격하게 다루면서 강제절차에 준하는 명령이 있어야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는 넥슨의 태도가 이용자 기록을 보다 엄격하게 보호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이용자 간 분쟁에서는 자료 확보를 위한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 역시 "이용자 간 분쟁과 관련한 수사기관의 자료 요청의 경우 수사 협조에 따라서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수사 협조 내용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꼭 영장 유무를 떠나서 내용적으로 제공 협조 요청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 내용에 따라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세부적인 자료 제공 기준에 대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만큼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게입업계 관계자 역시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료 요청에 협조한다는 원칙은 같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사안별로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자료를 요청했을 경우 관련 내용을 검토해 진행되겠지만 사안, 현황 등에 따라 달라 명확하게 기준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유저끼리 싸웠는데 증거는 게임사가 쥐고 있는 현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도 게임 내 피해를 경험한 이용자 가운데 57.3%는 별도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28.7%는 '게임회사에 신고했다'고 응답했다. 8.1%는 대응을 위한 근거자료를 별도로 수집했고 5.3%는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실제 이용자들이 게임 내 분쟁 해결 과정에서 게임사에 기대하는 역할이 작지 않은 셈이다.
게임 내 피해를 게임사에 신고한 이용자 667명 가운데 회사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는 응답은 50.3%였다. 반면 28.8%는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고, 20.9%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물론 그렇다고 게임사가 이용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개입하거나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철우 변호사 역시 "이용자 간 분쟁에 대해서는 회사가 원칙적으로 책임질 내용은 아니다"라며 게임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서비스 이용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운영상의 문제만으로 회사에 법적 책임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용자 간 분쟁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게임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어떠한 자료도 줄 수 없다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자료 협조의 구체적인 범위는 각 회사가 결정할 문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거나 자료 제공이 지연될 경우 이용자의 분쟁 해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다른 회사들보다 조금 넥슨이 더 까다로운 단계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용자 간 분쟁 자체에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무는 없지만, 분쟁의 사실관계를 확인할 자료를 사실상 게임사가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특성상 완전히 무관한 제3자로만 남기도 어렵다.
◆ 게임사와 마주 앉은 또 다른 게이머…'총대'의 자격은?
라이브 서비스가 장기화되면서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르는 것은 이용자를 대표해 게임사와 협상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이른바 '총대'의 대표성이다.
지난 2021년 넷마블이 국내 퍼블리싱을 맡고 있는 모바일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 이용자들이 서울 구로구 넷마블 사옥 앞에 보낸 트럭 시위를 시작으로, 게임 업데이트와 운영 방향 등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용자들은 '총대'를 중심으로 트럭시위 비용 등을 모금하거나 대표단을 꾸려 게임사와 간담회 등을 통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대표단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게임사가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지, 해당 인물이 실제 이용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이용자들 역시 이러한 '총대의 자격'을 두고 '헤비 과금러가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게임을 오래 한 '올드비'나 '네임드 유저', 인게임 내 '종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이용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커뮤니티마다 시각이 엇갈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슨이 서비스하는 PC MMORPG '마비노기'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현실화됐다.
'마비노기'는 지난 4월 19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국내 온라인 게임 간담회 역대 최장시간 간담회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이 진행 과정에서 총대 역할을 맡았던 이용자가 총대진 차원에서 금지했던 개인 후원을 몰래 받은 것은 물론 1000여만원에 달하는 단체 모금액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한참 뒤 제기됐다.
이에 다른 총대진과 모금에 참여한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법률대리인을 선임, 현재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사건을 맡은 이철우 변호사는 고소장이 제출됐으며 아직 담당자 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특정 이용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향후 게임 소비자 집단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간담회에 가는 사람이 누군가, 누가 유저들을 대표로 초청받을 수 있느냐는 원래부터 논란이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대'의 대표성 문제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사건이 소비자 집단행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게임사 역시 이용자 대표성을 판단할 뚜렷한 기준을 두고 있지는 않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이용자가 불특정 이용자 다수를 대변한다며 나설 경우 그 대표성을 어떻게 인정할지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이용자 대표단은 회사가 결정하는 사안은 아니고 보통 유저들이 정하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인물을 이용자의 대표로 인정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문제를 단순히 기준의 유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개인 간 갈등'만으로 선 긋기 어려워진 라이브 서비스
현행 라이브 서비스 게임 운영 체제에서 이용자와 게임사의 관계는 게임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일방적인 관계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용자도 이제 운영에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게임사 역시 이들과 직접 소통한다. 동시에 이용자들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입증할 기록 역시 게임사가 보유한 서버에 온전히 묻혀 있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게임사는 이제 단순 서비스 제공자를 넘어 이용 관련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위치에 있다. 때로는 이용자 대표단을 상대로 한 협의 당사자까지 되는 경우도 나온다.
이용자 간 분쟁을 모두 게임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반대로 게임 밖에서 발생한 '개인 간 갈등'이라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선을 긋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정당한 분쟁 해결에 필요한 자료 제공에는 또 어떻게 협조할지, 자발적으로 구성된 이용자 대표단과 어떤 원칙 아래 소통할지 등 게임사와 이용자 사이의 새로운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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