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알아서 굴려줘”…금융도 AI 에이전트 시대
매일경제-경제 · 2026-08-20 14:55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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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투자전략 복제 쉬워져
독점 데이터 확보가 새 경쟁력
사람 역할은 종목 분석서 목표 설계로
인공지능(AI)이 누구나 쓸 수 있는 투자 도구가 되면서 금융시장에서 초과수익을 얻는 공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남보다 빠른 정보와 정교한 투자모형이 경쟁력이었다면 앞으로는 남들이 갖지 못한 데이터와 검증된 운용 능력 그리고 AI를 통제하는 역량이 새로운 투자 우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20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한국금융ICT융합학회 세션에서는 AI가 자산운용부터 은행과 보험, 투자은행(IB)까지 금융산업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꿀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최경규 동국대 명예교수는 AI가 보편화되면서 투자자의 초과 수익(알파)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남보다 빠르게 정보를 모으거나 정교한 투자 전략을 개발하면 이를 바탕으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비슷한 투자전략을 누구나 빠르게 만들고 모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유사한 전략을 쉽게 모방할 수 있고 AI로 확산되기도 쉽기 때문에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우위를 가져가기 힘들다”며 “알파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종류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알파로는 독점적 데이터와 검증된 신호 및 거버넌스 역량을 꼽았다.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고객 관계와 계약 등을 통해 다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감사된 운용성과 제3자 인증, 장기간 쌓인 평판처럼 AI가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검증된 신호도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AI를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도 수익률을 가를 전망이다. 같은 AI 모델과 금융상품을 사용하더라도 투자 범위와 손실 한도 등 제약 조건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결과를 반복 검증하는 조직이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복리의 세계에서 생존과 손실 회피는 곧 수익”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역할도 직접 종목을 고르는 분석가에서 AI에 목표와 제약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설계자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판단의 위임은 개인 자산관리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앞으로 집집마다 청소기처럼 개인용 에이전틱 AI가 하나씩 연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령 이용자가 ‘내 돈 10억원을 어떻게 불리면 좋겠느냐’고 물으면 AI가 단순히 상품을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과 보험 및 증권사의 AI와 연결해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의사결정까지 대행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경쟁 공식도 바뀐다. 신선희 명지대 교수는 미래 은행의 경쟁력이 오프라인 지점 수보다 AI 에이전트와 개인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재무상태를 분석하고 필요한 금융상품을 찾아 실행하는 ‘인비저블 뱅킹’이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금융과 IB에서도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문종진 연세대 교수는 기존 3~5일 걸리던 기업 여신 심사와 승인 과정을 AI를 활용해 2~3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AI가 기업 자료와 수만 장의 계약서를 분석하면서 기업실사에 필요한 인력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금융 판단을 AI에 맡기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검증과 책임 체계도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사람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판단이 내려졌을 때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AI 시대 인간의 역할이 직접 종목을 고르는 데서 AI에 목표와 제약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