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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안 무서워"…방산기술 유출범들 벌써부터 신났다 [조철오의 방산노트]

한국경제-경제 · 2026-08-18 08:00 · #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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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추천 뉴스 "경찰은 안 무서워"…방산기술 유출범들 벌써부터 신났다 [조철오의 방산노트] ⑦방산수사 ‘국정원+검찰’ 조합 사라진 이후 장기 기술유출 수사, 경찰의 단기전과 충돌 잦은 순환보직에 방산 전문성 축적도 한계 안보수사 홀대에 전문인력 확보도 어려워 “피의자에게 기술부터 묻는 수사” 현장 우려 장기 기술유출 수사, 경찰의 단기전과 충돌 잦은 순환보직에 방산 전문성 축적도 한계 안보수사 홀대에 전문인력 확보도 어려워 “피의자에게 기술부터 묻는 수사” 현장 우려 “경찰은 안 무서워요.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무서웠어도….” (방산 기술 유출범 A씨) 방산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혐의로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은 한 방산기업 관계자 A씨는 수사기관별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20년부터 대만에 잠수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서 피의자·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국정원은 해외 요원 등을 통해 관련 인물과 업체의 정보를 상당 부분 파악한 뒤 연락해오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경찰은 방산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해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기술과 사업 내용을 처음부터 설명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방산기술 유출 수사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4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간 데 이어 검찰의 수사 기능까지 사라지게되면서 방산·안보 수사가 경찰에 집중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방산기술 유출 사건은 국정원이 국내외 첩보를 모으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기소를 맡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정원+검찰’ 조합이 올해 내 사라지면서 검찰의 전문수사 경험과 국정원의 해외 정보망을 이어줄 연결고리도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앞으로 기술이 유출돼도 실체를 밝혀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 중심의 방산수사 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단기전에 강한 경찰, 장기 수사엔 약하다 전투기와 잠수함, 미사일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밝혀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인물의 국내외 접촉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이메일과 설계도면, 메신저, 클라우드 기록 등을 분석해야 한다. 북한이나 해외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까지 살펴야 하는 사건도 있다.반면 경찰은 절도와 강도, 폭력 등 발생한 범죄를 신속히 처리하는 데 익숙한 조직이다. 범인을 몇 명 검거하고 송치했는지, 피해품을 얼마나 회수했는지 등이 부서의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수도권의 한 광역수사대 간부급 형사는 “주요 사건은 정성평가로 보완하지만 장기간 수사한 한 건과 단기간 처리한 여러 건의 차이를 숫자로 구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의 치안성과 평가는 통상 전년도 11월부터 해당 연도 10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연구원과 해외 업체의 접촉을 수년간 추적하더라도 그해 입건이나 송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실적으로 남기 어렵다. 반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을 여러 건 처리하면 실적은 높아진다. 경찰 조직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장기 사건보다 단기간에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에 기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산기술 유출은 범죄 발생 시점조차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퇴직 연구원이 설계도면을 빼돌린 뒤 수년이 지나 해외 업체가 유사 제품을 내놓고서야 정황이 확인되기도 한다. 유출된 자료가 법으로 보호되는 방산기술인지, 누구에게 어떤 대가로 넘어갔는지, 실제 제품 개발에 사용됐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은 국정원이 해외 첩보를 확보하고 검찰이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등 강제수사를 맡는 협업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연결고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 방산 전담 인력 늘렸지만 전문가는 없다 2020년 국가정보원법 개정에 따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경찰로 넘어갔다. 경찰은 이에 맞춰 안보수사 조직과 인력을 크게 늘렸다. 경찰의 안보수사 인력은 724명에서 1127명으로 약 56% 증가했다. 순수 대공수사 인력도 400여 명에서 700여 명으로 늘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주요 대공사건을 맡는 안보수사단도 설치됐다.산업기술 유출 수사도 안보 기능으로 편입됐다. 과거에는 국제범죄수사대 등 외사 부서가 산업기술 사건을 주로 맡았다. 외사 기능이 축소되고 안보수사 조직이 확대되면서 보안수사와 국제범죄수사 기능이 합쳐졌다. 현재 경찰청 안보수사국에는 산업기술안보수사계가 있고 전국 시·도경찰청도 산업기술보호수사대를 운영한다. 국가핵심기술과 산업기술, 영업비밀 유출 사건이 경찰 안보수사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경찰의 핵심 수사역량은 오랫동안 형사과와 수사과 등 두 곳에 집중돼 왔다. 강력사건을 맡는 광역수사대와 경제·지능범죄를 다루는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경찰 수사의 두개의 핵심축이었다. 반면 안보수사는 온전한 비주류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경험과 인사 경력을 쌓으려는 직원들은 형사나 반부패수사를 선호해왔다”며 “부서와 인원을 늘렸다고 전문성과 정보망까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3. 수 년마다 보직 바뀌는데 전문성 쌓이겠나 경찰은 순환보직이 잦다. 평균적으로 2~3년 주기로 자리를 옮기며 교통과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형사, 수사, 경무, 정보 등 여러 기능을 거친다. 특정 국가와 산업을 오랫동안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 국정원 정보관과 달리 경찰은 여러 업무를 두루 맡는 ‘제너럴리스트’에 가깝다. 방산기술 수사관이 특정 무기체계와 기업 구조를 익혀도 정기인사로 다른 부서에 가면 경험이 끊긴다.후임자는 방산기업의 사업구조와 무기체계, 방산기술 지정제도, 수출통제 규정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장기수사 도중 담당자가 바뀌면 피의자와 참고인, 해외 업체의 관계도 새로 파악해야 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도 기술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방산은 무기체계와 군사기밀까지 알아야 한다”며 “정기인사 때마다 담당자가 바뀌면 전문수사팀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4. ‘경찰의 꽃’ 총경 승진에서도 안보는 홀대 안보수사의 낮은 위상은 승진에서도 나타난다.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은 주요 경찰서장과 경찰청·시도경찰청 과장을 맡는다. 최근 총경 승진자는 매년 100명 안팎이다.형사와 수사, 기획, 경무, 정보, 생활안전 등에서는 수십년째 승진자가 꾸준히 나왔지만 안보수사 경력을 중심으로 총경이나 경정으로 승진하는 사례는 전통적으로 극소수라는 게 경찰 내부의 설명이다. 승진 가능성이 낮으면 유능한 수사관이 안보수사에 오래 남을 이유도 줄어든다. 경찰 내부에서는 형사나 반부패수사 부서에서 주요 사건을 맡아야 인사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 경찰 간부는 “총경과 경정 승진자를 보면 안보수사 출신의 비중은 미미하다”며 “안보수사가 승진을 위한 핵심 경력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대공수사권 이전을 앞두고 인력을 늘렸지만 상당수는 경찰 내부의 다른 기능에서 재배치됐다. 사람 수를 늘리는 것과 방산기술, 해외 정보, 디지털포렌식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5. ‘국정원+검찰’ 조합, 경찰 대체 가능? 방산기술 수사는 한 기관이 단독으로 맡기 어렵다. 국정원의 해외 첩보와 방위사업청의 기술 판단, 군 방첩기관의 군사정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하지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고 검찰청 폐지까지 다가오면서 기존 협업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경찰 조직과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국정원과 검찰이 쌓아온 정보망과 수사 경험을 옮길 수 없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우려다. 방산기술 수사를 경찰이 맡으려면 평가와 인사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치 인원과 처리 건수뿐 아니라 장기간 첩보를 모아 핵심기술 유출을 막은 성과를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담 수사관의 장기근무를 보장하고 안보수사 경력이 승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잦은 순환보직과 낮은 승진 가능성이 이어지면 전문인력이 안보수사에 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무기체계를 노리는 국가와 기업은 수년간 준비한다”며 “이를 막는 수사기관이 1년 단위 실적과 순환보직으로 움직여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권은 법을 바꾸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정보망과 전문성, 장기수사 경험까지 한꺼번에 옮겨지지는 않는다. 단기 사건 처리에 익숙한 경찰 조직이 기존 방식 그대로 방산기술 수사를 떠맡으면 조직은 커져도 수사역량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위산업 기획 보도로 제411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수년간 방산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산업 생태계의 가장 아래층부터 그 위까지 흐름을 추적해왔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물론 HD현대·한화오션 등 정점에 있는 기업들조차 쉽게 닿지 못한 현장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냅니다. 조철오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