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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깜짝 흑자에 반도체 업계 반색 ... ‘AI 수익화’ 결정적 증거인가

매일경제-증권 · 2026-08-16 17:05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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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는 매번 반복되는 주제가 있습니다. AI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는데 그게 과연 돈이 되느냐는 질문입니다. 지난 6월 오픈AI 재무제표를 본 시장은 AI 수익화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찼습니다. 문서에 따르면 오픈AI 매출은 2024년 37억 달러에서 2025년 130억7000만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이보다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오픈AI의 연구개발비가 2024년 78억1000만 달러에서 2025년 191억8000만 달러로 급증하며 수익성에 타격을 줬습니다. 결국 오픈AI는 지난해 209억2000만 달러의 손실을 내며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흑자전환 시기는 2030년이었습니다. 외형 성장은 이어가고 있지만 수익화에 성공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만합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논쟁의 저울추를 흔드는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한 방은 15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쏘아올렸습니다. 앤트로픽은 올해 2분기 매출 115억 달러(약 16조원)를 돌파하며 1년 만에 14배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은 7억8700만 달러, 올해 1분기는 47억3000만 달러였으니 전년 동기 대비 최소 14배, 직전 분기보다도 2배 이상 규모가 늘어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상 최초로 조정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점입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분기 기준 조정 영업이익 5억59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회사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IPO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흑자전환 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AI 업체가 ‘돈을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흑자를 낼 수 있느냐’는 시장 의문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답을 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AI를 넘어 반도체 투자 관점에서는 꽤 큰 뉴스입니다. 앤트로픽 매출이 급증하며 GPU와 데이터센터, 메모리 비용을 감당하고도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면 ‘AI 캐펙스가 결국 돈이 되느냐’는 질문이 해결된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마이크론 같은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발표를 보고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달 들어 비슷한 맥락의 긍정적인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엔비디아 칩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코어위브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내놓은 실적 숫자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2분기 매출 2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12%, 전분기 대비 24% 늘었습니다. 조정 영업이익은 1억2800만 달러로 직전 분기(2100만 달러)에서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다만 순손실은 6억2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억9000만 달러 손실)보다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이자비용만 6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2억670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적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한 숫자는 매출도, 이익도 아닌 얼마나 계약을 따냈는지를 보여주는 ‘수주잔고(backlog)’였습니다. 코어위브의 계약 기반 수주잔고는 2분기 말 기준 104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했습니다. 회사 측은 3분기 들어 25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수주가 추가됐다고 함께 밝혔습니다. 이 얘기는 코어위브가 집행하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결국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늘어나는 설비투자(CapEx)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거가 됩니다. 코어위브는 순손실을 감수하며 데이터센터와 GPU에 돈을 태우고 있지만, 그 결과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넘게 늘어난 수주잔고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실제 코어위브 경영진은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기존 수주잔고 절반 이상이 이미 고객에게 서비스 제공이 시작된 계약이라고 밝히며, 이것이 확정 수요에 기반한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적 발표 후 코어위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 넘게 급등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네비우스의 2분기 실적도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매출은 5억8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억500만 달러) 대비 454% 증가했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마이너스 0.12달러로 시장 예상치(마이너스 0.69달러)보다 양호했고, 조정 EBITDA는 2억362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무엇보다 AI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6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에 투자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이날 이 회사 주가는 전일 대비 34% 폭등하며 불기둥을 그렸습니다. 회사 측은 “지금 조건이라면 내년 계획된 용량까지 완판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강력하다”고 밝혔습니다. 호실적을 발표한 세 곳의 숫자를 합쳐보면 뚜렷한 흐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돈이 될 만큼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실제 가공할 정도의 AI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네비우스와 코어위브가 고개를 끄덕인 셈이 됩니다. 결국 이 얘기는 반도체 강세론의 근거인 ‘AI 캐펙스가 결국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가설에 대해 실적으로 답하는 회사들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의구심이 한 치의 의심 없이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앤트로픽 스스로도 이번 분기 흑자가 하반기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코어위브는 올해 설비투자를 350억~39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연간 매출 가이던스(124억~132억 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백로그가 충분히 쌓여 있어 이 투자가 투기적이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 논리이지만, 이만큼 공격적인 지출 확대가 지속되는 한 이자비용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를 축으로 불거지는 ‘벤더 파이낸싱’ 논란 역시 시장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모델 개발사나 클라우드 업체에 투자하거나 보증을 서주고 목돈을 쥐어줍니다. 돈을 받은 서비스 개발 회사는 클라우드 업체에 컴퓨팅 비용을 지불하고, 클라우드 업체는 그 돈으로 다시 GPU를 사들입니다. 이런 식의 상호 간 얽힌 자금 순환이 산업 전반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에 다룬 세 기업의 실적만으로 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AI 수익화’에 대한 시장 우려의 상당 부분이 걷히기 시작했고, 앞으로 나오는 숫자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