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동전주'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체질 개선 기대가 커지는 한편 업계의 유예 요구도 이어지며 제도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노을은 전 거래일 대비 28.51% 내린 469원에 거래를 마쳤다. 샤페론(-14.66%)과 SDN(-19.91%) 등이 두 자릿수 하락했고 티케이지애강(-4.21%), 좋은사람들(-7.69%), 제이엠아이(-4.30%), 에스에너지(-7.11%), 랩지노믹스(-7.04%)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는 전날 유가증권시장 9개, 코스닥시장 27개 등 총 36개 상장사에서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하거나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가가 1000원을 밑돌아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된 종목은 코스피 3개, 코스닥 21개다.
이번 지정은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상장규정 개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달하거나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후 90거래일 가운데 연속 45거래일 이상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거래소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통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고 시장 신뢰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부실기업 퇴출이 코스닥 시장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4조1000억원이지만 한계기업을 제외하면 18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적자기업이 빠지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4조70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전체 기업 기준 112.6배에서 한계기업을 제외할 경우 31.3배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 제도 강화로 부실기업 퇴출이 가속화하면 코스닥의 실적 개선과 높은 밸류에이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코스닥지수가 1000포인트 수준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 기업들은 주가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주연테크와 아센디오는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SH에너지화학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을 이어갔다. 코스닥 상장사 세진티에스와 육일씨엔에쓰, 케이엠제약 등도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CMG제약은 다음달 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10대 1 주식병합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식병합을 통해 주당 가격을 높여 주가 미달 기준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상장 유지만을 목적으로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에 의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회사 입장에서는 상장폐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법적인 범위에서 다양한 자구책을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인적·재무적 자원이 제한적인 코스닥 기업들이 본업의 경쟁력 확보는 뒷전으로 미룬 채 상장 유지에만 사활을 거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와 연구개발(R&D), 직원 교육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보다 주식병합이나 계열회사 합병,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을 갑작스럽게 추진하거나 형식적인 자사주 매입과 신사업 정관 추가, 호재성 공시 등을 통해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만 집중하는 기조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변동성을 고려해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 적용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은 코스닥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고 시행을 1년간 유예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단체 대표들은 주가와 시가총액만을 기준으로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할 경우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벤처기업까지 상장폐지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시가총액과 주가는 증시 상황과 투자심리, 시장 유동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며 "올해처럼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가치가 정상적으로 평가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상장폐지 기준 적용을 1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업계의 부담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 체질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부실기업과 좋은 기업이 혼재되면서 시장이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 많아 퇴출 기준을 강화했다"며 "다만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업계가 겪는 어려움에는 공감하고 있으며 급변한 시장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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