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세원 기자]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가 2026년을 맞아 게임을 넘어 웹툰·자동차·음악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대형 게임사의 신작 공개에 좌우되던 기존 게임쇼의 문법에서 벗어나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고, 게이머뿐 아니라 웹툰·서브컬처 등 콘텐츠 향유층까지 지스타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지스타조직위원회(조직위)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의 주요 방향과 콘텐츠를 공개했다.
조직위가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은 2023년 이후 처음이다. 그간 매년 9월 프레스킷을 통해 주요 내용을 공개했지만 행사 콘텐츠를 마련한 배경과 기획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 올해 간담회를 다시 마련했다. 구체적인 참가사와 행사 정보는 오는 9월 별도의 프레스킷을 통해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조영기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트렌드를 반영해 내실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했다"며 "참가사와 관람객 모두가 공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기 위해 조직위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5~7년에 한 번 참가"…달라진 게임업계 분위기, 지스타의 선택은?
조직위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외연 확장'과 '인하우스 콘텐츠 강화'였다. 그 배경에는 모바일에서 콘솔로 옮겨가는 국내 게임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조직위는 "전시회는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거나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는 공간이 아닌, 이미 형성된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장의 투영'이다"고 규정하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도쿄게임쇼(TGS)를 들었다.
콘솔 위주로 구성된 일본 게임 산업의 특성이 도쿄게임쇼(TGS)의 전시 구성에 반영되는 것처럼 국내 게임산업의 변화 역시 지스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도다.
특히 과거 모바일 게임 위주로 돌아가던 제작 환경에서는 게임사들이 비교적 짧은 주기로 신작을 출시했지만 최근 국내 주요 개발사들이 콘솔·AAA급 게임으로 영역을 넓히며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 기간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로 인해 국내 기반 각 게임사의 지스타 참여 주기도 5년에서 7년으로 전보다 매우 길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주요 콘솔 게임의 매출 상당 부분이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 국내 게임사들의 글로벌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특정 해의 참가사와 신작 라인업에 따라 전시회의 콘텐츠와 평가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참가사의 전시와 별개로 지스타 자체 콘텐츠를 강화해 관람객들에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을 기대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겠다는 의도다.
조직위 관계자는 "국내외 관람객들이 지스타에 방문하면 이 정도의 경험, 이 정도의 인사이트, 이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시장 내 포지셔닝을 구축하기 위해 지스타 자체 인하우스 콘텐츠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각에서 우려되고 있는 서브컬처 산업 전범위로의 외연 확장 역시 단순히 관람객 숫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 지스타 방문객 대부분이 게이머였다면 앞으로는 게임을 비롯해 만화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까지 포괄하겠다는 구상이다.
◆ '유미의 세포들'부터 현대 N까지…게임 밖으로 넓어진 지스타
이 같은 전략은 올해 지스타 구성 곳곳에 반영될 전망이다.
먼저 2026년 지스타 메인 스폰서는 AI 기반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이 맡는다. 조직위는 AI와 내러티브를 현재 게임산업을 관통하는 주요 흐름으로 보고 크랙을 메인 스폰서로 선정했다며, 더 나아가 크랙이 '지스타 컨퍼런스(G-CON)' 메인 스폰서로도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글플레이, 웹젠, 팀42, 호요버스, 넷이즈, 조커 스튜디오, 빌리빌리, 센츄리게임즈가 지스타 참전을 확정했다고 공개했다.
키비주얼은 네이버웹툰과 협업, 이동건 작가의 인기 IP '유미의 세포들'을 활용한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해 진행한 만화 콘텐츠와의 협업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 기조를 유지했다. 기존 지스타를 적극적으로 향유하지 않았던 콘텐츠 이용자까지 행사로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게임과 모터스포츠의 결합도 시도한다. 먼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과 협업해 고성능 차량과 실제 FIA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과 TCR 월드 투어에서 활약 중인 현대 N 모터스포츠 레이싱카 전시는 물론, 심레이싱 체험과 관련 대회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오는 9월 19일에서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과 나고야시에서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와 심레이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하나의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지스타의 새로운 볼거리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B2C 전시장에는 인텔과 협업한 최소 100부스 규모의 특별 시연존도 들어선다. 현재 일본의 세가와 코에이테크모 등이 참가를 확정했으며 현장에서 미출시 신작을 포함한 여러 타이틀을 공개할 예정이다.
인디 쇼케이스 역시 단순히 인디게임을 모아 전시하는 데서 벗어나 '인디 생태계' 자체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유니티가 참전한 데 이어, 올해는 유니티에 디볼버디지털과 스팀덱, 디스코드 등이 각 '부스 안의 부스' 형태로 참여한다
인하우스 콘텐츠도 대폭 늘어난다. 먼저 약 1500석 규모로 열리는 지스타 컨퍼런스는 또 다른 멀티 콘텐츠 창작자인 '영화 감독'들과 글로벌 게임 거장들이 대거 참석을 예고했다.
조직위는 '좋은 서사에 게임 개발자가 묻고 영화감독이 답한다'를 이번 컨퍼런스의 슬로건으로 밝히며, 충무로를 뜨겁게 달군 두 천만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의 등판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무빙'의 박인제 감독, 귀여운 안드로이드 다이애나를 필두로 '딸바보' 열풍을 불러일으킨 캡콤의 신작 '프래그마타'를 이끈 한국인 개발자 조용희 디렉터,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 위쳐 개발진과 메가 IP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 한산이가 이낙준 작가 등 국내외 다양한 명사가 이번 지스타 컨퍼런스에 함께 한다고 밝혔다.
디자인·아트·음악 등 세부 분야를 놓고 소규모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라운드테이블 프로그램 '살롱 드 G'도 새롭게 개설하며, 현장에는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첫 AAA 게임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퍼스트 버서커 : 카잔'의 이준호 디렉터와 '개발자들의 개발자'로 불리는 글로벌 흥행작 '하데스' 시리즈의 그렉 키사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대런 코브 오디오 디렉터의 참석도 알렸다.
여기에 QWER 미니 콘서트와 장시간에 걸쳐 소수의 게임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 '지스타 프리미어' 등 기존 게임쇼의 전시 문법과 다른 콘텐츠도 예고했다.
현장에 참석한 황정순 부산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도 무대에 올라 부산역과 김해공항 등 주요 관문에 웰컴 공간을 조성하고 센텀시티역에는 지스타 테마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스타 IP를 활용한 특별 승차권과 관광·숙박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광안리 해수욕장의 명물 드론쇼도 지스타 특별 테마로 구성한다.
관람객이 부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게임의 도시'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스타를 지역 밀착형 도시형 축제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 "게임사 빠진 게임쇼 되나"…현장서 쏟아진 '정체성' 질문
그러나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조직위가 제시한 '외연 확장' 전략을 둘러싼 우려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핵심은 역설적으로 '게임'에 있었다. 현재 공개된 B2C 참가사 명단에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 상당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해외 참가사 상당수가 중국계 게임사에 집중돼 있다는 우려, 지스타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평가까지 질문이 빗발쳤다.
자칫 "중국 게임 축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웹툰과 자동차 등으로 콘텐츠 외형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게임쇼라는 정체성 자체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조직위는 "아직 전체 참가사를 공개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9월 프레스킷 발표 시점까지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조직위는 행사가 개최되는 부산 벡스코의 공간 자체가 참가사 확대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대형 부스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어 매년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어도 전시장 규모와 동선 문제 때문에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아 보이는 콘텐츠와 기업의 참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조직위는 "게임쇼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연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獨 게임스컴 등 글로벌 전시회에서도 게임 외 산업과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전시회이기 때문에 게임 기업만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테니스와 축구 등 다른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해당 종목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기업들이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고 예를 들었다.
조직위는 "이제는 지스타의 경쟁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며, 국내 대형 게임사가 몇 곳 왔는지, 해외 게임사가 몇 곳 왔는지를 이분법적으로 평가하기보다 참가기업과 관람객이 얼마나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게임산업협회장도 맡고 있는 조영기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지스타가 전시장 규모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다른 글로벌 게임 행사와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지스타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처럼 출품작 위주의 행사만으로 지스타의 위상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AI와 OSMU 등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흐름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라는 뜻이다.
특히 AGF를 비롯해 서브컬처를 앞세운 행사가 이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각종 게임·콘텐츠 행사의 성장이 산업에 대한 관심과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지스타만의 콘텐츠와 지향점에는 차이가 있다"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가며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간담회에서 조직위가 내놓은 지스타의 미래는 '더 큰 게임쇼'보다는 '또 다른 게임쇼'에 가까웠다.
신작 하나를 만드는 데 5~7년이 걸리는 콘솔·AAA 게임 시대에 매년 대형 게임사의 신작과 대규모 부스만으로 흥행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만큼 AI와 웹툰, 모터스포츠, 음악, 인디게임 등으로 관람객이 지스타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 역시 분명했다. 게임사의 빈자리를 다른 콘텐츠로 채우는 과정에서 지스타가 정작 '게임쇼'라는 정체성을 잃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이다. 외연 확장이 지스타만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지, 혹은 게임쇼의 색채를 희석했다는 평가로 돌아올지는 오는 9월 전체 참가사 공개를 거쳐 11월 부산 현장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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