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김세원 기자] 엔씨(036570)가 영상을 게재해 '리니지 클래식' 운영을 비판한 유튜버 '영래기'를 형사 고소한 사례와 관련, 지난달 23일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며 게임사의 이용자 비판 대응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위사실이나 악의적인 비방으로부터 기업의 명예와 신용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대응은 기업이 기업의 가치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을 위해 행사해야 하는 정당한 권리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 문제의 배경이 된 '리니지 클래식'도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올해 2월 7일 프리 오픈을 개시했으며, 지금의 엔씨를 있게 한 핵심 브랜드 '리니지'의 계보를 잇는 최신작이다. 물론 게임을 장기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신뢰는 게임사의 매출과 지식재산권(IP)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게임사 입장에서 근거 없는 정보의 확산 역시 이용자의 신뢰에 영향을 주는 만큼, 적지 않은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게임사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기업인 동시에 이용자와 장기간 관계를 이어가는 '라이브 서비스 기업'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비판적 표현에 대한 법적 대응이 이용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위기관리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감옥 보냈다" 영래기 VS "필요한 조치였다" 엔씨
이번 사건은 '리니지 클래식'의 라이브 서버에서 비정상 플레이 이용자 약 2000명을 직접 사비를 들여 신고한 한 이용자가 오히려 GM으로부터 이용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구독자 약 29만 명의 게임 유튜버 '영래기'에게 제보하면서 비롯됐다.
제보자는 비정상 플레이 이용자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 2000명을 신고하기 위해 20일 인게임에서 '종이 전령새'라는 전용 아이템을 구입·신고를 진행했다고 알렸다.
해당 아이템은 구입 시점 기준 하루 3회 초과 이용 시 이후 회당 1000아데나를 지불해야 하며, 구입 다음 날 오전 6시에 아이템이 만료되는 기간제 아이템이다. 영래기가 공개한 당시 제보 화면에 따르면 제보자의 인벤토리에는 2월 21일자 오전 6시에 만료되는 1만 개의 종이 전령새 아이템이 있었다. 따라서 당시 제보자가 지불했을 인게임 재화는 999만7000 아데나로 추정된다.
웹상에서 확인한 2월 20일자 데포로쥬 서버 기준 아데나 현금 거래 시세는 1만 아데나 기준 약 1만4000원에서 1만8000원 선이 형성돼 있었다. 이를 중위값인 1만6000원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종이 전령새를 제보자가 한 번에 모두 구매했을 경우 약 1599만5200원 규모의 비용이 든 셈이다.
다만 이는 게임 내 재화를 가장 가까운 시점의 현금 거래가격으로 단순 환산한 추정치로, 제보자가 실제 해당 금액을 현금으로 지출했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
이후 엔씨는 제보일 기준 나흘 뒤인 25일 정식 점검 이후 공지를 통해 개선 패치를 발표했다.
먼저 공지를 통해 13일부터 24일까지 일별 비정상 이용 내역 조치 현황을 공개했고, 약 138만 개의 계정에 대해 운영정책에 따라 사안에 맞게 조치했다고 밝혔다. 해당 현황표에 따르면 엔씨는 2월 21일~22일까지 주말 양일간 약 24만 건의 비정상 플레이에 대해 일부는 감옥, 일부는 이용 제한·제재를 진행했으며 대다수는 인증 조치 선에서 끝났다.
종이 전령새 아이템에 대한 개편도 진행됐다. 구입가는 개당 1아데나로 금액적 부분도 최소화했다. 일 제한도 없앴다. 아울러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경우 신고 즉시 해당 계정의 플레이를 강제 종료한다고도 밝혔다.
이와 같은 날을 기점으로 엔씨는 인게임 이벤트로 '신고하기' 기능을 통해 매크로·비인가 프로그램 사용 의심 캐릭터를 신고하고 가장 많이 신고한 참여자에게 칭호를 비롯한 소정의 보상을 지급하는 클린 캠페인도 한 달 간 진행했다.
한편, 해당 유튜버가 해당 사건을 다룬 영상을 게시한 시점은 2월 22일 일요일이었다. 엔씨가 대응한 내용을 밝힌 시점이 이로부터 사흘 뒤 정식 점검일인 수요일이었기에, 해당 유튜버도 제보자도 이러한 엔씨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영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해당 유튜버는 영상에서 엔씨가 제보자를 '감옥에 보냈다', '주말에 일하기 싫어서 이렇게 처리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운영 방식을 비판했고, 엔씨소프트는 해당 콘텐츠에 담긴 일부 표현이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회사와 서비스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해 유튜버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엔씨 관계자는 이에 대해 "2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사실을 부풀리거나 일부만 강조하는 과장으로도 대중의 오해와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사전에 회사에 사실 관계 확인 및 입장 문의 절차가 없었던 영상물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튜버 영래기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철우 변호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허위사실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죄에 관한 기존 법리에 충실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면 세부적 과장이 있어도 허위로 볼 수 없고, 허위성과 그에 대한 인식 모두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한다"며 "'사실의 적시' 역시 증거로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견이나 가치판단 표현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래기가 언급한 제보자의 사례는 당시 해당 이용자가 실제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제보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며 "경찰의 불송치 판단은 이러한 법리에 충실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게임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표현의 맥락도 중요하다고 봤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뿐 아니라 증명 가능성과 표현이 사용된 문맥, 당시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해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을 구분한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감옥에 보냈다'처럼 게임 커뮤니티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비유는 일반인이 보통의 주의로 접했을 때 허위사실 주장이 아닌 의견 표명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말에 일하기 싫어서'와 같은 조롱이나 과장 역시 구체적인 사실 적시라기보다 수사학적 과장에 불과해, 이에까지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 비판자를 법정에 세운 해외 게임사들…대응의 '선'은 달랐다
게임사가 자신 또는 임직원을 향한 비판과 콘텐츠에 법적으로 대응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무엇을 법적 대응 대상으로 삼았는지와 그 결과는 국가와 사건마다 달랐다.
미국에서는 인디게임 개발사 디지털 호미사이드(Digital Homicide)가 자사 게임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게임 평론가 짐 스털링(Jim Sterling)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게임 자체와 개발사를 향한 스털링의 강도 높은 비판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개발사가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소송은 결국 철회됐다. 해당 사건은 이후 게임업계에서 기업의 법적 대응이 비평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쟁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스퀘어에닉스가 '파이널 판타지14'와 관련해 게시글을 올린 블로거와 동영상 업로더를 상대로 잇달아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을 통해 게시자의 신원을 확보, 블로그를 폐쇄시켰다. 업로더 역시 공식 사과문 게시와 영상 비공개 처리, 배상금 지급 조건으로 합의했다.
다만 스퀘어에닉스의 사례는 단순한 게임 운영 비판을 넘어 회사와 직원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괴롭힘 등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엔씨의 사례와 차이가 있으며, 오히려 이용자의 게임과 서비스에 대한 비판과 기업 또는 임직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괴롭힘 사이에 법적 대응의 경계를 설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퀘어에닉스는 '카스하라 정책'을 통해 이용자의 감상과 의견, 요구는 서비스 개선에 필요하다고 명시하면서도 임직원에 대한 명예훼손·모욕·개인 공격이나 협박 등은 법적 대응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서는 기업의 명예와 신용을 침해한 콘텐츠에 실제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한 사례도 있다.
중국 법원은 미호요가 블로거 펑모모우(潇潇枫汐)에 대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서 펑 씨가 반복적으로 게시한 영상 가운데 일부가 미호요와 '원신', '젠레스 존 제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공정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펑 씨는 즉각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법원은 문제가 된 콘텐츠 삭제와 공개 사과, 11만위안의 손해배상을 명령했고 이는 그대로 인용됐다.
물론 각국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국가별로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법체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철우 변호사는 "국내의 가장 큰 특징은 명예훼손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원칙적으로 민사 문제로 다루는 미국 등에 비해 이용자의 법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법원은 표현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비방 목적을 부정하고,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 사이의 이익형량 과정에서 피해자의 공적 지위와 표현의 공공성, 피해자가 위험을 자초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김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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