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경제 · 2026-08-11 10:30
· #금융
필요자금 충족률 89.1%→81.8%…대출금리도 상승
구매대금·인건비 등 '불황형 대출' 집중
K자형 양극화에 금리 부담까지
지난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필요한 자금을 모두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문턱을 넘더라도 대출금리 자체가 높아졌고, 사채에 기대는 기업도 늘어나는 등 자금 사정이 한층 팍팍해졌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걸고 자금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돈이 우량 기업에 쏠리면서 취약 기업의 돈줄은 오히려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요한 돈 다 구한 중소기업 44%뿐…사채 비중 3배로
11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2026년 중소기업 금융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 5억원 이상 중소기업 45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외부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은 총 55조9216억원을 확보했다. 실제 필요자금의 81.8% 수준이다. 2024년 89.1%(90조1969억원)였던 자금 충족률이 1년 만에 7.3%포인트 떨어졌다.
필요한 돈을 모두 구한 기업도 크게 줄었다. 필요자금의 100%를 확보했다는 기업 비중은 2024년 65%에서 지난해 44.2%로 20.8%포인트 하락했다. 은행 차입 여건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2024년 13.1%에서 지난해 18.4%로 높아졌지만,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여전히 필요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버틴 셈이다.
은행 밖의 돈에 기대는 기업도 늘었다. 지난해 신규 조달자금 가운데 사채업자나 대부업체, 친인척, 지인 등에게 빌린 사채 비중은 3.9%로 2024년(1.4%)의 3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사채 이용 기업의 94.3%는 그 이유로 '차입이 가능해서'를 꼽았다. '급전이 필요해서'라는 응답도 37.8%였다. 제도권 금융에서 필요한 돈을 구하기 어려운 기업의 단기 자금 수요가 사채로 밀려난 셈이다.
은행 문턱을 넘어도 이자 부담은 커졌다. 중소기업의 신규 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024년 4.29%에서 지난해 4.5%, 신용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4.96%에서 5.24%로 상승했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부담이 가중됐다. 소기업의 담보·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4.54%, 5.3%로 중기업(4.33%, 4.94%)을 웃돌았다.
금융 비용 상승은 연체율에도 반영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말 0.55%로, 2017년 1분기 말(0.59%) 이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중소기업의 영업·재무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빠지면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며 "재무 사정이 악화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져 대출금리가 오르고 최근 시중금리까지 상승하며 자금조달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보다 '버티기 대출'…매출 부진에 자금 수요 위축 전망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어렵게 빌린 돈도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운전자금으로 쓰였다. 지난해 신규대출 사용처로는 구매대금 지급이 79.1%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건비 지급(28%), 기존 대출 원리금 상환(25.8%)이 뒤를 이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20.8%에 머물렀다. 공장을 확장하기보다 물건값과 직원 월급을 지급하고 기존 빚을 갚기 위한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 두드러졌다.
기업들은 향후 자금 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봤다. 이듬해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곳은 2024년 14.9%에서 지난해 6.6%로 하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자금 수요 감소를 전망한 기업의 86.6%는 '매출 감소'를 이유로 꼽았다. '매출 증가에 따른 내부자금 여유'는 5.8%, '원금상환 등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는 2.4%에 그쳤다. 경기 부진으로 매출이 줄어 투자와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향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기업에 집중되는 'K자형 양극화' 속에, 한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시중금리가 더 뛸 수 있다. 자금조달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이자 상환 부담 가중으로 한계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의 향후 경영 전망에도 불안감이 짙어졌다. 내년 경영 상황이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18.2%로 전년 조사 당시 12.5%보다 5.7%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부진할 것'이라는 답은 같은 기간 14.8%에서 25.7%로 10.9%포인트 뛰었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기업도 늘었지만,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기업은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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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목표주가 60만원 이유 있었네"…최소 10배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회복이 일부 업종과 기업에 집중되고 금리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나아지기는 쉽지 않다"며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추가적인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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