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반도체 공습 점점 거세져 … 지금이 소부장 자립 마지막 기회"
매일경제-경제 · 2026-08-10 10:45
·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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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생태계 무너지면
메모리 초격차 전략도 흔들
SK하이닉스서 전문가 파견
장비 국산화율 높여나갈것
이기정 재단법인 트리니티팹 초대 대표(전 SK하이닉스 부사장)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메모리를 넘어 소부장 분야로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발판이 됐으며, 그 역량이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진단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판교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중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견줄 만한 메모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정책을 펴고 있다"며 "미국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에 자립화의 동력을 제공해 소부장 국산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노광 장비 등 일부 핵심 영역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앞질렀다는 진단이다. 이 대표는 "중국이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앞서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한국이 시도하지 않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의 기술력을 훨씬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의 장비 굴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침지식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독점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직전 세대 기술로, 반도체 초미세 회로 패턴 형성을 위한 핵심 공정에 해당한다.
소부장 자립도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실제로 2022년 10월 미국이 첨단 장비 및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의 첨단 반도체 성장세가 즉각 둔화된 사례는 소부장 공급망이 산업 전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대표는 한국 반도체의 소부장 독립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미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강소기업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유진테크, 주성엔지니어링, PSK 등 글로벌 점유율이 절반을 넘긴 기업들이 있다"며 "소부장 생태계를 강화해주면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리니티팹이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끝나는 2031년 12월 이후에는 자립을 목표로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리니티팹에는 우선 SK하이닉스의 전문 엔지니어들이 파견돼 장비 운영 등을 돕는다. 이후에는 재단이 직접 고용한 인력들로 대체해 독자적인 운영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원을 무한정 받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자립도를 갖춰 나가는 것이 재단의 미션"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트리니티팹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물론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SML·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KLA 등 이른바 반도체 장비사 '빅5'가 세계 시장 점유율 65%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데이터를 충분히 쌓았기 때문이다. 빅5는 증착·식각·계측 장비를 스스로 갖춘 '토털 솔루션' 기업이거나, 벨기에 IMEC에 회원사로 참여해 언제든 실증 데이터를 쌓는다. 반면 국내 기업은 실제 양산 라인에서 장비의 성능을 테스트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능은 동일한데 가격 경쟁력이 있다거나 기존 장비보다 성능이 더 우수하다 또는 동일한 성능을 더 빠른 속도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들을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들을 트리니티팹을 통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