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11조 샀는데 코스피는 더 빠졌다 … 급락 뒤 시작된 ‘손실 나선’
매일경제-증권 · 2026-08-10 10:45
·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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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학교 교문에서는 학원들이 홍보용 공책을 자주 나눠줬다. 친구들과 나는 그 공책을 걸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곤 했다. 한 판을 이긴 사람이 상대방의 공책 한 권을 가져가는 단순한 놀이였는데, 여러 판을 이어가다 보면 묘한 장면이 반복됐다. 가위바위보를 특별히 잘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공책을 많이 가진 아이가 마지막까지 남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공책 두 권을 가진 아이는 두 번만 연달아 지면 게임에서 빠지지만, 열 권을 가진 아이는 똑같이 두 번 져도 여덟 권이 남는다. 확률론에서는 이를 도박사의 파산(Gambler’s Ruin)으로 설명한다. 두 사람이 매번 50%의 확률로 공책 한 권씩 주고받으면 한 판의 승률은 같다. 그러나 한 사람이 10권, 다른 사람이 2권을 가지고 시작해 어느 한쪽의 공책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계속하면 10권으로 시작한 사람이 마지막에 12권을 모두 차지할 확률은 83.3%다. 공책이 적은 아이가 먼저 판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올해 7월말 코스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주식을 개인이 사흘 동안 11조원 넘게 받아냈다. 그러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앞서 산 개인에게 손실이 쌓였고, 다음날에는 개인의 대규모 매수가 끊겼다. 앞에서 주식을 사준 사람이 손실 때문에 다음에는 덜 사게 되자, 같은 매물을 팔기 위해 주가가 더 많이 내려가야 했다. 코스피의 등락폭이 갑자기 커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