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1년만에 첫 설립 KIC노조…“본사 지방이전, 금융 집적효과 허무는 일”
매일경제-증권 · 2026-10-13 14:25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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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률 급증 국민연금 사례 언급
한국투자공사(KIC) 노동조합이 성명서를 내고 본사 지방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IC는 2005년 설립 이후 ‘무노조’로 운영되다가, 올들어 노조가 처음으로 출범했다.
KIC 노조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첫 공식성명을 배포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6일 설립 신고를 마쳤다. 전체 직원 중 85%가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립 21년이 지난 뒤에야 KIC에 노조가 출범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다. KIC 본사는 현재 서울 중구에 위치해 있다.
노조는 성명에서 “글로벌 투자업은 자본과 정보, 전문인력, 운용사와 법률·회계 서비스가 상시 교류하는 네트워크 산업”이라며 지방이전은 어렵게 쌓아 온 금융 집적효과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와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주요 국부펀드가 수도 또는 금융중심지에 자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이 제40차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역대 최고인 7위에 오른 시점이라는 점도 짚었다.
정책 간 충돌도 문제 삼았다. 정부는 KIC에 전략투자계정을 신설해 국내 전략산업에 장기자본을 공급하고 글로벌 투자자와의 공동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과 운용 기반을 약화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정책적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자본 유치가 대면 소통과 신뢰에 기반하고, 출범 초기일수록 운용역량 집중과 전문인력의 적기 확보가 성패를 가른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 사례도 거론했다. 이전 시기 퇴직률이 5.6%에서 14.0%로 급증했고 지금까지 충원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IC 역시 핵심 운용인력 이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운용 독립성 문제도 나왔다. 운용상 필요와 무관한 외부 결정으로 본사 소재지가 바뀌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대안으로 축적된 투자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산업에 국내외 대규모 자본을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객관적인 영향 분석과 노사정 간 실질적 협의를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가 이전 여부 결정에 앞서 국부 운용역량, 운용 독립성, 국가 금융경쟁력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물리적 이전 외에 공사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장주호 초대 노조위원장은 “국가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키워야 할 공사의 책무와 조합원과 가족의 삶을 지켜야 할 노조의 책무는 다르지 않다”며 “일방적인 희생에는 구성원의 뜻을 모아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