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졸업생 없는 벤처투자의 미래는
아시아경제-증권 · 2026-10-13 09:30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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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생은 네 배 늘었지만, 졸업생은 줄고 있는 학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주 열린 금융투자협회의 회수시장 세미나에서 한 발제자는 최근 벤처투자 업계를 이렇게 표현했다. 신규 펀드 모집 규모는 4배 증가했지만, 상장(IPO)에 편중된 국내 벤처투자 회수 시장에서 IPO 건수는 매년 60~80건 수준으로 정체된 상황을 이같이 빗댄 것이다.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자금은 역대급으로 풀리고 있지만, VC 관계자들의 얼굴은 마냥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당장은 좋아도 몇 년 후가 걱정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는 8조9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 상장 기업 수는 스팩 제외 16개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정도 감소했다. 법원의 제동으로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추진을 당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IPO를 통한 회수시장은 한결 더 막막해졌다.
코로나 시기 이후 있었던 플랫폼 기업들의 도산을 떠올린 임원도 있었다. 비대면 시장의 성장으로 덩치를 키웠던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추가 투자 유치를 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임원은 "벤처 시장에 돈이 풀린 만큼 회수시장도 확대돼야 하는데 두 시장 사이 갭이 남아있는 이상 자금이 계속 투입되는 건 생태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원천기술 선제 확보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들어간 돈이 어떻게 돌게 만들지까지 고민해야 진정 벤처 생태계를 위한 정책이다. 회수는 단순히 VC의 배를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VC가 다시 새로운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에 중요하다.
입학생만 있고 졸업생이 없는 학교는 어떻게 될까. 장기적으로 재학생들은 전학이나 자퇴를 고민하게 될지 모른다.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우러러볼 만한 졸업생이 없는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를 찾아보게 될 것이다. 졸업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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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빼고 수술대 놓았더니…" 1.7조 뿌린 큰 손,...세컨더리 활성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벤처펀드 만기에 쫓겨 기업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기보다는 유동성을 가진 새로운 투자자에게 구주를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업계는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변화는 더디다. 한가지 졸업 방법에만 목매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세컨더리 자산 투자 시 순자본비율 위험값을 완화하거나 표준 공정가치 평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는 것 등이 그 예시다. 돈을 푸는 입학 정책만큼 중요한 것은 자금이 다시 돌게 만드는 졸업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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